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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출 사기수법 들어보니 ‘그 놈’ 같은 경찰에 세 번 잡힌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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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출 사기수법 들어보니 ‘그 놈’ 같은 경찰에 세 번 잡힌 대학생

입력
2017.08.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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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20)씨는 10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클럽에서 처음 만난 이모(20)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지인들이 제2금융권에서 일하는데, 이 사람들한테 대출을 받아 실적만 좀 높여주면 50만원 정도 수고비를 주겠다”는 것이다. 간단한 대출 절차만 밟으면 되는 손 쉬운 돈벌이라고 생각한 김씨는 곧바로 논현동의 PC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씨가 알려준 저축은행 두 곳에서 각각 800만원과 5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사달은 그 뒤 벌어졌다. “대출 받은 돈을 저축은행에 대신 상환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현금지급기에서 대출금 전액을 뽑아 줬는데, 돈을 받은 이씨가 연락을 끊고 사라져버렸다. 김씨는 수고비는 고사하고, 대출 받은 돈을 고스란히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부랴부랴 고양시 소재 한 경찰서를 찾아가 사기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씨) 신상이 모두 가짜인데다, 휴대폰 역시 대포폰이라 추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범행 장소(강남구) 관할경찰서라면 해결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권유에 이튿날 강남경찰서를 찾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경이었다.

반전이 벌어졌다. 사건을 맡게 된 김모 형사가 ‘너무 익숙한 사기수법’이라며 기억을 되짚는 과정에서 지난 6월 같은 수법의 사기 범행으로 두 번이나 자신이 조사해 입건한 대학생 이씨를 떠올린 것이다.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으로 얼굴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잠시 후 도착한 사진에서 김씨는 ‘어제 만난 그 사기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경찰서는 이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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