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 관심 없던 형사는 없었을 겁니다.”
홍씨 일당이 저지른 고급 전원주택 연쇄특수강도 사건 해결에 앞장섰던 김태욱(46)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1팀장은 처음엔 그저 ‘관찰자’였다. 28일 광진경찰서에서 본보 기자를 만난 김 팀장은 “사건을 맡기 전까진 우리 팀도 그저 이들 범행 방법을 관심 있게 보는 지켜보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했다.
“해결 참 어렵겠구나”싶던 사건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한 건, 광진구를 포함한 수도권 일대서 벌어진 주택절도 사건 피의자가 해당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다. “‘혹시 같은 범인은 아닐까’ 의심을 품었던 게 사건 해결의 시발점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비록 당시 사건 범인이 고급 전원주택 연쇄특수강도 사건의 진범은 아니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이 얼마나 심한 공포에 시달렸는지를 느끼곤 ‘발 담근 김에 해결해보자’는 의지가 생겼단다.
“어떤 피해자들은 사건을 겪은 지 1년이 지난 뒤에도 혼자 집에 있길 두려워했어요. 후유증이 심했죠. 다른 범행 현장에서 흉기로 위협당했던 가사도우미는 충격으로 일까지 그만두는 등 2차 피해도 컸고요. 피해자가 더 늘기 전에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한 지 2년 가량 흐른 지금도 그는 그때 과정을 되짚을 때면 고개를 가로젓는다. 심증은 충분함에도 물증이 부족해 범인을 잡아들이지 못했던 악몽, 피의자 거주지가 불명확해 경남 김해시까지 여러 차례 내려가 몇 날 밤을 샌 기억이 여전히 또렷해서다.
특히 범인들이 사건 현장에 일부러 흘린 ‘위장 담배꽁초’에 애 먹었을 형사들 좌절감을 떠올리면 지금도 치가 털린다. 그가 “우리 팀에서 잡은 범인이라기보다, 전국 형사들이 함께 잡은 범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만일 4년간 사건 현장서 발견된 담배꽁초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검거는 더 어렵거나 불가능했겠죠.”
전국 각지에서 나온 증거품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고,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데는 증거가 될 만한 모든 물품을 꼼꼼히 챙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해 놓은 덕이란 얘기다. “그 기록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범인을 잡은 것뿐이었다”는 김 팀장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팀원들 열정도 컸지만 공조가 되지 않았더라면 영구미제로 남을 수도 있던 사건이었다.” 사건 해결 과정에 참여했던 전국 경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겠다는 뜻이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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