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밀집 지역에서 위험 감수
과감한 벼랑 끝 전술” 분석도
북한이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장소로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를 택했다. 평양의 관문인 순안비행장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은 ‘엄청난 사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인구가 밀집한 평양 인근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안정적 기술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발사 장소로 순안비행장을 선택한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야전에서 발사하려면 발사대 공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반면 비행장 아스팔트 위에서 발사하면 기동성이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순안비행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러면서 “김정은 입장에서 굉장히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사일 시험 발사가 폭발 가능성 등을 우려해 대체로 인적이 드문 해안지대에서 이뤄지는 것에 비춰보면 순안비행장을 발사 장소로 택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발사에 실패하거나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평양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감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사일 기술력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음을 역설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강원도 원산ㆍ깃대령, 함경남도 선덕 등 해안지대를 벗어나 내륙으로 미사일 장소를 옮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9차례 미사일 발사 중 5차례가 내륙에서 이뤄졌다. 5월 신형 IRBM ‘화성-12형’,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는 서부 내륙인 평안북도 구성 일대였다. 7월 ‘화성-14형’ 추가 발사 장소는 중국 국경과 인접한 중북부 내륙의 자강도 무평리였다. 앞선 5월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KN-15)을 중부 내륙인 평안남도 북창에서 쏘아 올렸다.
아울러 순안비행장 미사일 발사를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보는 해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미국 내에서 북한 예방타격론이 고조되는 상황을 역이용해 수도이자 인구가 밀집한 평양 인근에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도발 수위를 높이고 상황을 주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실제 예방타격에 나설 경우 대규모 민간인 피해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라며 “아울러 예방타격의 진짜 목표가 김정은 정권 교체에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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