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평양 인근 순안에서 북태평양을 향해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새로 개발한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고도 550㎞로 일본 홋카이도 남부 상공을 통과해 2,700㎞를 비행했다고 한다. 한미 연례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중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등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이달 초 괌 포위 사격 위협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된 이후 북한이 감행한 최고 수위 도발이다. 액체연료 양으로 조절이 가능한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괌까지의 거리 약 3,50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전까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은 발사 각도를 높였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방향이 괌을 향하지 않았을 뿐 정상 각도(30~45도)로 괌에 이를 거리만큼 쏘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정은이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한 뒤 고무된 미국에서 ‘대화 모색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악성 도발이다.
북한의 미사일 성능 고도화는 사실상 임계점에 근접한 상황이다.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지난 달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했다. 중ㆍ단거리 미사일 기술 역량을 높여가고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도 계속하고 있다. 군이 분석하는 대로 “미군 증원전력 기지 타격 능력 과시”가 목적일 것이다. 군사 대비태세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미 연합전력 강화는 물론이고 새 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한국형미사일방어시스템과 킬체인 구축도 빠른 시기에 완벽한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이번 미사일 도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ㆍ미ㆍ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고강도의 대북 제재를 결정한 직후여서 당장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높은 수위의 성명 발표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북한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제재가 충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도 이 대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일사불란하게 공조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 미사일 도발을 강력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정 실장으로부터 NSC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군은 F15K 전투 4대를 출격시켜 폭탄 8발을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대화 노력을 하되 도발에는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에 비춰 당연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화-압박의 투 트랙 접근은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북한은 어리석고 무모한 도발로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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