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작은 SUV 시장이 뜨겁다.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의 삼파전에 최근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까지 뛰어들어 열기를 더했다.
소형 SUV의 인기 요인은 부담 덜한 가격과 실용적인 쓰임새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 중 높은 연비도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손꼽힌다. 이 세그먼트에서 유독 디젤 라인업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소형 SUV 중에서 연비가 가장 높은 차는 르노삼성 QM3다. 17인치 타이어를 달고 1.5ℓ 디젤 엔진으로 복합연비 17.3㎞/ℓ(도심: 16.3㎞/ℓ, 고속: 18.6㎞/ℓ)의 효율을 보인다. 이 차의 연비 한계가 궁금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와 국도를 오가며 실험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새로운 모습의 QM3를 공개한 뒤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신형 QM3에는 ‘C’ 형상의 주간주행등과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해져 QM6와 SM6의 혈통을 드러낸다. 또한 아메시스트 블랙과 아타카마 오렌지 두 가지 외장 색상을 새로 추가하고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다양한 운전 보조 장치도 추가됐지만, 그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은 미미한 편이라고 전했다. 신형 QM3의 가격은 ▲SE 트림 2,220만원 ▲LE 트림 2,330만원 ▲RE 트림 2,450만원 ▲RE 시그니쳐 트림 2,570만원이다.
사실 연비는 크기가 아닌 무게에 영향을 받는다. 작은 차의 연비가 높은 이유는 대체로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다. QM3의 공차중량은 1,300㎏이다. 16.7~17.0㎞/ℓ의 복합연비를 보이는 기아 스토닉의 공차중량은 이보다 가벼운 1,260~1,270㎏이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가속할 때 그리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필요한 에너지가 덜 든다. 배기량도 연비에 중요한 요소다. 특히 도심에서 정지 신호에 걸려 공회전 상태에 있을 때 배기량이 클수록 소모되는 연료도 많다. QM3엔 르노가 개발한 5세대 1.5ℓ dCi 엔진(90마력. 22.4㎏·m)이 장착됐다. 이 차의 경쟁 모델은 모두 1.6ℓ 엔진을 달고 있다.
변속기 또한 효율에 영향을 미친다. 신형 QM3엔 독일 게트락 사의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두 개의 클러치가 각각 홀수와 짝수를 맡아 변속을 미리 준비해둬 반응이 빠르고 변속이 매끄러우며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름 저항을 줄인 특수 콤파운드가 포함된 에코 타이어를 사용하면 4계절 타이어보다 약 10% 연비가 더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시승차에는 금호타이어의 4계절 타이어 솔루스 KH25가 장착돼 있었다.
서울 남대문에서 출발해 한남대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향했다. 목적지인 부산 수영만까지의 거리는 약 440㎞. QM3의 연료 탱크 용량은 45ℓ이므로 복합연비로만 어림잡아도 주유 없이 부산까지 가뿐히 갈 수 있다. 고속연비로 계산하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기에도 충분했다.
막히는 도심을 빠져나오자 화면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심에선 교통 신호가 많아 엔진으로만 움직이는 차들이 연비에 불리하다. 정지 상태에선 관성이 없어 차를 처음부터 움직이게 하려면 그만큼 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저속에서 전기모터로 차를 움직인 다음 어느 정도 관성이 붙었을 때 엔진으로 밀어붙이는 하이브리드 차의 도심 연비가 좋은 건 이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80~100㎞/h의 속도로 달렸다. 서울 요금소를 빠져나와 ‘ECO’ 모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센터 콘솔 근처에 있는 이 버튼을 켜면 컴퓨터가 알아서 연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에 조용히 간섭해 최대 10%까지 효율을 높인다. 시승차엔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었는데, 평지에서 오른발이 피로할 때 이외엔 사용하지 않았다. 실내 온도는 22℃에 맞췄다.
운전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길을 멀리 보는 습관이다. 특히, 연비를 고려한 운전에선 오르막과 내리막의 코스를 잘 공략해야 한다. 한껏 올려놓은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관성을 유지하며 내리막이 주는 탄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고속도로 규정 속도를 넘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자리 차선에서 화물트럭들과 함께 달렸다. 큰 덩치 뒤에서 공기저항을 덜 받아서 좋았고, 추월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그렇게 달려 경주를 지나니 연료 게이지의 1/4이 줄었다. 어느덧 부산 요금소가 멀리 보였다.
요금소에 진입하기 전 평균 연비는 최고 29.0㎞/ℓ를 찍었다. 목적지인 수영만에 이르자 평균 연비는 28.1㎞/ℓ로 내려갔다. 총 주행 거리는 439.3㎞, 주행 시간은 약 6시간, 연료 사용량은 15.7ℓ다. 속도만 더 낮추면 30㎞/ℓ대도 가능해 보였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테스트에 나섰다. 이번엔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규정 속도가 60㎞/h인 한적한 고속 국도를 택했다. 속도에 탄력을 받자 평균 연비는 금세 20㎞/ℓ대로 진입했다. 정지 신호에 걸려 공회전할 때는 평균 연비가 거의 5초에 0.1㎞/ℓ씩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속도를 내서 관성에 차를 맡기면 숫자는 기분 좋게 올라갔다. 총 66.5㎞를 달리면서 최고 평균 연비를 31.7㎞/ℓ까지 찍긴 했지만, 대부분 29㎞/ℓ대에서 오르내렸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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