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페미’ 소설의 신호탄이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그린다. 집필 당시 “이 작품이 책으로 출판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 작가 스스로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여성혐오 등 사회 이슈와 맞물리며 초대형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 29일 서울 서교동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예스24 문학학교’ 행사 전 조남주 작가를 만났다. 이날 행사는 300명 모집에 신청자만 2,373명에 달했다. 조 작가는 열광적 반응에 대해 “소설의 완성도 때문이라기보다는 소설 읽은 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느꼈던 미심쩍은 차별, 폭력이지만 잘 표현하지 못한 일을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982년생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1980년대는 산아제한 정책과 성감별이 (동시에) 가능해져서 성비가 매우 불균형해진 시기다. 이들은 또 청소년기에 IMF를 겪으면서 대학생이 됐다. 그 뒤 엄마가 되자 ‘맘충(엄마와 벌레를 합친 합성어)’이라 비난받았다. 주인공을 82년생으로 설정하면 이 문제를 다 짚어가면서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1982년생은 아니다. 1978년생인데 딸이기에 느껴야 했던 보편적인 감정이나 소외감은 굉장히 비슷했다."
-출세작이 부담되는 점 있나. 페미니즘 작가로 활동의 폭이 좁아진다든지 하는.
“저 스스로 페미니즘 소설가로 규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쓰게 될 소설에서는 페미니즘 이슈를 예민하게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면서 쓰게 될 것 같다.”
-페미니즘 문학에 획을 그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자신의 작품이 이전의 문제의식을 발전시켰다고 보나.
“페미니즘이 발전해왔다기 보다는 시대별로 고민하는 이슈가 각각 있었던 것 같다. 축첩이 당연했던 예전부터,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문제였던 시대, 사회 진출에 성공했지만 육아도 해야 하는 현재 등 이슈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나는 현재의 이슈에 집중하려고 했다.”
-차기작은.
“가상의 도시를 사는 여러 사람의 얘기를 썼고 퇴고 중이다. 그 소설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표현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건 사실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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