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정원 댓글’ 수사 전망은
‘댓글 부대’ 조력자ㆍ靑 개입에 초점
여론조작 과정 구체적으로 조사
靑 지시 여부엔 입 다물고 있지만
元, 예산전용 등 혐의 추가 가능성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유죄 판결로 검찰의 국정원 관련 추가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종전 수사가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에 얽힌 ‘내부자들’을 타깃으로 했다면, 향후 수사는 이른바 사이버 외곽팀장이라 불리는 민간인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청와대 개입 여부 규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부대로 활동한 민간 조력자 수사는 30일 법원 판결 덕에 가속페달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이날 사실상 국정원이 2012년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와 공안2부(부장 진재선)가 주축인 전담수사팀의 민간 조력자 수사도 법리적 뒷받침을 받게 됐다.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는 등 정치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이들의 공범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이 수사 의뢰한 민간인들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세 차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과 잇단 압수수색 대상자 소환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지시로 댓글을 작성했다”는 다수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 민간인 외곽팀장은 국정원 측이 제시한 보안각서에 서명한 뒤 국정원 자금을 받고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등 활동에 나선 것으로 조사돼, 검찰은 이들이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활동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기소될 경우, 원 전 원장 기소 당시 ‘민간인과 공모했다’고만 표현된 인터넷 여론 조작 과정의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
원 전 원장 혐의가 늘어날 수도 있다. 국정원 예산이 불법 선거운동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국가예산 전용(배임)이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권한 남용(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다만, 공모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민간인 외곽팀장 수사에서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나도 큰 틀에서 하나의 범죄 사실로 보는 포괄일죄로 처리돼 추가 기소는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의 종착지가 될 수 있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시절 청와대 수사의 향배가 관심사다. 검찰은 최근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오모(38)씨가 민간인 댓글 공작에 개입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 오씨는 당시 국정원 측과 댓글 공작을 모의하고, 친인척 10여명을 동원해 ‘댓글 알바’를 하며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씨 진술 등을 근거로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소속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2011년 10월 당시 국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국정 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측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문건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린 청와대 내 꼭짓점을 규명하는 게 검찰 숙제지만 원 전 원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진상 규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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