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발생한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모(40)씨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노경필)는 3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20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여성 청소년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나쁜 데다,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김씨를 무기징역에 처해 사회에서 반영구적으로 격리, 우리 사회를 보호하고 수형기간 피해자와 유족에게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1년 2월 4일 오후 나주시 드들강변에서 여고생 A(당시 17세)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강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양의 몸 속에선 정액(DNA)이 검출됐지만 이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자칫 영구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2012년 8월 대검찰청이 A양의 체내에서 검출된 정액 DNA와 다른 사건(강도살인)으로 목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무기수 김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김씨로부터 범행 3~4일 전에 A양과 성관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 2014년 10월 김씨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경찰과 합동으로 전면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A양의 주검에서 정액과 A양의 혈흔도 함께 채취했고, 문제의 혈흔이 A양의 생리혈인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씨를 다시 옥죄어 들어갔다. 검찰은 김씨가 수감 중인 교도소의 동료 재소자350여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여 김씨가 동료 재소자에게 “내가 여자를 강간한 후 살해했다”는 말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결국 검찰은 “김씨가 3~4일 전 A양과 성관계를 맺었다면 김씨의 정액은 당시 생리 중인 A양의 생리혈과 함께 배출돼 A양의 주검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만큼, A양은 성폭행을 당한 직후 살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의학 재감정까지 받아낸 뒤 지난해 8월 김씨를 기소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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