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마운드에는 에이스 김재균(3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이드암 김동제(3년)가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쳐 ‘명품 조연’으로 거듭났다.
김동제는 3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계속된 제4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율곡고와 4강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탈삼진 3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날 8강전에서 ‘철완’ 김재균이 117구 완봉 역투를 펼쳐 이날 선발 중책을 맡고 팀이 2점을 내는 동안 실점 없이 버텼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볼 끝이 지저분하다”는 이영복 충암고 감독의 평가대로 장점을 살려 상대 타선을 막았다. 2-0으로 앞선 4회말 선두 타자 김철호에게 2루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구원 등판한 김재균이 위기를 넘겨 자책점은 올라가지 않았다. 충암고는 김동제, 박재균의 호투 속에 8회말 5점을 추가해 7-0 영봉승을 거두고 2007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봉황대기 결승전에 진출했다.
김동제는 경기 후 “(김)재균이의 짐을 덜어주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며 “준결승 선발 투수라는 부담감보다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도 긴장하지 말고 수비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잘 던져보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초반에 슬라이더 컨트롤이 잘 안 됐지만 2회부터 감이 잡혀 잘 풀렸다”면서 “5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팀 승리가 먼저니까 아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영복 감독은 “초반에 점수를 내줬더라면 어려운 경기가 될 뻔 했는데 김동제가 잘 버텼다”면서 “내일이 없는 경기라 동제를 최대한 끌고 가다가 위기가 오면 바로 재균이를 올릴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등판 전까지 봉황대기 세 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29로 김재균의 뒤를 받치고 있는 김동제는 “졸업 전 마지막 대회라서 동료들과 우승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서 “임창용(KIA) 선배처럼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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