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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만에 뒤집힌 ‘백년지대계’… 개편 갈등 뇌관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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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만에 뒤집힌 ‘백년지대계’… 개편 갈등 뇌관은 그대로

입력
2017.08.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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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절대평가 1ㆍ2안 모두

어느 쪽서도 환영 못받자 ‘결단’

오락가락에 정책 불신만 더 초래

1년간 ‘변별력 등 난제’ 풀지 의문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서울청부청사에서 수능개편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서울청부청사에서 수능개편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근까지도 “1, 2안 중 하나로 갈 뿐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던 교육부가 3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미룬다고 공표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시안 발표 불과 3주 만이 뒤집으면서 교육당국의 신뢰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졸속 개혁에서 벗어나 고민의 시간을 벌었지만, 남은 1년 동안 대입제도라는 고난도 방정식을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자택일’ 밀어붙이다 뒤늦게 포기한 교육부

교육부는 지난 10일 4개 과목 만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식(1안)과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식(2안)을 제시한 후 4차례 공청회를 가졌다. 하지만 타협점이 도출되기는커녕 다수의 학부모 단체와 교육단체, 대학 등의 입장이 제 각각으로 갈리면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한 여당 일각에서도 “유예하거나 최소 31일로 예정된 교육부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지난 주 말까지도 “1안 아니면 2안”이라며 철저히 선을 그었던 교육부는 결국 이날 유예를 공식 발표하며 급격히 방향을 선회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부 전형에 신뢰도 문제가 있고 1안, 2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거란 생각도 했었지만 제시 해놓고 보니 훨씬 더 (의견충돌이) 강했다"이라며 "정치적 의도나 그런 것은 전혀 개입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직무대리도 “공청회에서 1안과 2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각각 30%에 불과했고 현상유지 의견이 30%, 무의견도 10%였다"며 "어느 안이든 30% 지지만 받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부작용 개선 등 대안도 없이 강행한 의견수렴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던 교육부가 핵심 교육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성명을 통해 “시안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연기한 것은 정책의 불신을 더욱더 초래할 뿐 아니라, 대입제도 3년 예고제 등 교육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교육의 안정성을 해치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성향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도 “이번 사태와 관련된 교육부 책임자를 문책하고 부실한 수능 개선안을 만들어 혼란을 조장한 2021 수능개선준비위원회도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능 개편안 1년 유예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적 교육 공약의 연쇄적 후퇴를 가까스로 막은 다행스러운 결정”이라며 정부의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년 후에는 해결책 마련될까

문제는 1년 안에 입시 위주 교육 부작용 해소와 변별력 확보라는 교육계의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룰’을 만들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수능을 말 그대로 개개 학생의 대학교육 이수 능력 인증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전면적인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게 맞지만, 결국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는 대입에서 그나마 변별력 확보에 기여했던 수능의 영향력을 뚜렷한 대안 없이 축소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게 뻔하다. 교육부가 수능의 역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먼저 세우고 학종, 내신 등 다른 대입정책과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대입정책포럼(가칭) 등을 통해 수능 개편안을 포함한 대입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교육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로 구성된 사회적교육위원회는 “교사ㆍ교육시민단체가 충분히 포함된 범국민적 논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총은 “대입정책포럼이 전체 교육계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해 국민적ㆍ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낼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논의에 개입하지 말고 자율적인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기수 동아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해관계자가 다같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고 격론이 벌어지더라도 정부가 최대한 개입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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