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구IC등 진입 운전자들 ‘화들짝’
급제동 등으로 추돌사고 우려
‘초소형 전기차’ 막으려다 혼선 초래
한눈에 들어올 새 디자인 개발 시급
회사원 백재흠(53)씨는 한 달 전 대구 달서구 남대구IC 진입로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진입로에 원형의 ‘진입금지’ 팻말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백씨가 브레이크를 밟자 뒤따르던 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그때서야 진입금지 표지판 아래쪽에 ‘초소형 전기차 진입금지’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백씨는 “혼란을 줄 수 있는 이런 표지를 왜 세웠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5월 고속도로 등 전국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로에 진입금지 교통표지판이 생긴 이후 운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운행 거리가 짧고 저속으로 운행되는 초소형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전용도로에 운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교통 표지판을 설치ㆍ관리하는 경찰청이 이 표지판을 자동차전용도로 진입로에 설치했다. 하지만 사전에 별다른 홍보도 없이 갑자기 생긴 표지판 때문에 급정거하거나 혼란을 겪는 운전자가 많다. 표지판 때문에 교통체증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높은 실정이다.
경기 수원에 사는 최연우(39·자영업)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25일 출장을 마치고 성서IC에 진입하던 순간 진입금지 표지판을 보고 급정거했다. 뒤따라오던 차들은 이씨 차량 때문에 잇따라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량이 40∼50m 밀리는 정체 현상까지 일어났다. 장거리 출장을 다니는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이 같은 상황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로에서 종종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초소형 전기차를 자동차관리법에 차량으로 규정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 법적으로 차량이 아닌 초소형 전기차의 진입을 막은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차량의 진입을 막는 방법이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희(30ㆍ회사원) 씨는 “진입로의 표지판을 두고 운전자 사이에 말이 많다”며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운전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경기 등 일부지역에서는 공인 교통표지판은 아니지만 운전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의 표지판을 설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찰청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국토부가 오는 12월 자동차관리법에 초소형 자동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면 새로운 안전표지판을 설치할 계획”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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