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결국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냐 전 과목 절대평가냐의 양자택일안을 던져놓았지만 어느 안도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격론이 거세지자 백기를 든 것이다. 현행 수능 체계를 따르게 된 중3 학생들은 한 시름 덜었지만, 대신 그 충격은 2022학년도 수능에서 개편 첫 세대가 된 중2 교실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두루 반영한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해와 입장 차가 첨예해 짧은 기간 동안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정 안으로 확정하고 강행하기 보다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현 중3이 고1이 되는 내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적용됨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1년 여간 연구 끝에 지난 10일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1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방안(2안)을 발표하고 이를 중심으로 4차례 권역별 공청회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두 개 시안 외 “절충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청회를 거치며 1안과 2안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빗발치면서 결국 1년 유예로 한 발 물러서게 됐다.
수능 개편 유예에 따라 중3 학생들은 영어,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2018학년도 수능과 동일한 체계로 시험을 치른다. 대신 새 교육과정 도입으로 신설되는 공통사회ㆍ공통과학 과목은 학교에서 배우긴 하지만 수능에서 시험을 치르진 않는다. 학교 현장을 왜곡한다는 논란이 잇따랐던 EBS 연계 출제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점차 축소된다.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첫 시험 대상이 중3이 아닌 중2로 바뀌면서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중2의 경우 새 수능의 첫 적용 세대가 되는 것은 물론 이들이 고입을 치를 내년부터 전기ㆍ후기고 구분이 없어지고 모든 학교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게 돼 학교 선택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9월말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해 원점에서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안, 고교학점제 도입 등 종합적인 대입 개선안을 논의, 국가교육회의 자문을 거쳐 내년 8월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직무대리는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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