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찾아온 메이, 군함 태우고
“영국 건조 함정으로 러일전쟁 승리”
방위장관 가이드 ‘안보 투어’도
트럼프와 이틀 연속 통화하며
북 미사일에 적극 대응 모습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연일 안보행보를 강화하며 정치적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급기야 30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일본을 첫 공식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일본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초청하는 초유의 일정까지 만들었다. 앞서 아베 총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한 29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틀 연속으로 통화해 국민에게 자신이 안보이슈를 중시하고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방위성은 31일 6년째 증가해 사상 최대인 내년 예산요구개요를 5조2,551억엔(약55조1,024억원ㆍ2.5% 증가)으로 확정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후 첫 일본 방문길에 나선 메이 영국 총리의 일정을 전적으로 안보행보에 활용했다. 메이 총리는 31일 오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장관과 함께 도쿄 인근 해상자위대 요코스카(橫須賀)기지로 향해 호위함 이즈모(出雲)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오노데라 장관은 “초대 이즈모함은 영국에서 건조돼 러일전쟁 때 운용됐다”라며 “러일전쟁을 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세기초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결성됐던 영일동맹의 향수를 떠올리는 듯한 발언이다. 특히 메이 총리는 이후 경제인들과 미팅을 갖고 곧바로 국가기밀을 다루는 일본의 NSC 특별회의에 초청됐다. 외국 정상이 NSC에 참석하기는 2014년 토니 애벗 호주 총리 이후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 위협에 일본과 영국이 협력해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메이 총리는 “강력하게 결집해 북한에 대응하는게 극히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즈모함과 NSC회의로 이어진 메이 총리의 ‘안보 투어’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안보와 외교정책이 결정되는 현장에 초대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고 밝혔다. 양측은 도쿄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ㆍ경제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요란한 아베 총리의 안보 행보는 현실화한 북한발 위기를 통해 자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한다고 어필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지율 추락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 안보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본 각지에선 북한 미사일 피격을 상정한 주민대피훈련이 줄줄이 실시되고 있다. 30일엔 동해에 인접한 이시카와(石川)현 와지마(輪導)시에서 초ㆍ중학교학생과 주민 등 280여명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책상 아래 숨는 대피훈련이 진행됐다. 6일에는 2,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이 시마네(島根)현에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의 공격목표가 될 수 있는 주일미군기지나 원전 주변에선 훈련이 잡혀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지가 밀집한 오키나와(沖繩)현이나 폐로가 결정된 것을 포함해 원전 15기가 있는 후쿠이(福井)현 모두 계획이 없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미군기지나 원전이 속한 지자체에서도 주민훈련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주민감정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정부관계자 설명을 전하며, 미군기지나 원전 반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을 내심 정부측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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