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오전 1시30분(현지시간)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약 400㎞ 떨어진 피보르의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소. 6~10명의 무장괴한이 보건소에 침입해 당직을 서고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2명을 총으로 위협하며 공격했다. 이들은 전화기, 컴퓨터 등 사무 물품을 훔쳐 달아났고 직원들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을 입었다. 앞서 2월에 이어 올해 들어 이곳에서 일어난 두 번째 강도사건이다. 범위를 남수단 전역으로 넓히면 지난 18개월간 24곳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구호 활동가들이 최고 위험지역 중 하나로 꼽는 남수단은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가 활동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단 내전으로 인해 2011년 7월 국민투표를 거쳐 분리 독립한 남수단은 그 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수단과 분쟁을 지속했다. 결국 2013년 12월 살바 키르 대통령이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쿠데타 혐의로 기소하면서 내전이 발발했고, 이내 두 지도자를 각각 지지하는 딩카족과 누에르족 간 종족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00만여명의 남수단인 중 약 3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실향한 채 떠돌고 있는 것으로 국제 구호단체들은 추산하고 있다. 케냐, 수단, 우간다 등 이웃국가로 피난간 이들만 200만여명이다. 난민 규모로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국제사회의 촉구에도 정부와 반군 지도부가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부 보도에 의하면 수도 주바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군인들에 의한 일반 소매점 무장 강도 사건까지 빈발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주바에서만 53명이 무장 강도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7월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이같은 남수단 상황은 필자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남수단을 방문한 3년 전과 전혀 다른 바가 없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주바에 도착한 2014년 4월 15일. 도착한 당시에는 몰랐으나 그날은 북부 지역에서 누에르족 반군이 주도한 악명 높은 ‘벤티우 학살’이 일어난 날이었다. 원래 다른 진료소에서 근무할 예정이었으나, 이 사태로 인해 수술 치료가 필요한 외상 환자들이 대거 발생하자 급히 수술팀의 일원으로 벤티우로 향하게 됐다.
당시 급격한 치안 악화로 국경없는의사회도 유엔 남수단 임무단(UNMISS) 기지로 피신해 의료 지원을 하고 있던 가운데, 기지로 가는 길에는 시커멓게 탄 사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보지 않으려 해도 시신 썩는 냄새가 밀어닥쳐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모두가 길을 지나던 중에 희생된 것은 아니었다. 난민들이 피난처로 삼고 있던 교회나 모스크, 또는 부상자들이 치료받던 병원에서 민족ㆍ종교 등에 따라 표적 살해가 일어났다. 가까스로 진료소에 도착하는 총상 환자들은 그나마 다행이었고 머리나 가슴, 배 등에 치명상을 입은 채 길에서 죽어가거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에 너무 늦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3년의 시간이 지났으나 남수단인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길어지는 분쟁과 함께 점차 피폐해지고 있다.
이효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ㆍ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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