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안 1년 유예 발표에
“고1 때까지 영어는 다 끝내야”
“통합사회ㆍ과학도 선행학습 필요”
불안한 중2, 3 학생ㆍ학부모 겨냥
학원가 강의 신설 발빠른 움직임
“고1 때까지 영어는 수능 수준의 공부를 끝내놓아야 다른 과목에 집중할 수가 있을 거에요.”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당일인 지난달 31일. 한 영어학원은 문의를 하는 중3 학부모들을 이렇게 설득했다. 중3이 수능을 치르게 될 2021학년도에도 절대평가가 영어와 한국사 2과목으로 유지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쉬운 영어부터 빨리 정복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중3 학부모 심모(44)씨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신경 쓸 게 많아진 중3은 특히 영어 상위권 진입이 빠를수록 좋다는 한 입시 전문가의 말에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개편 유예로 ‘교과 따로 수능 따로’를 겪게 된 중3, 깜깜이 대입을 기다려야 하는 중2의 고민은 깊어졌지만 학원가는 이런 학생들의 불안을 잔뜩 즐기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겨냥한 사교육 업체들의 부채질 마케팅은 점점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제외됐지만 이수단위가 국영수(8단위ㆍ주당 4시간)와 같은 통합사회ㆍ과학의 선행학습에 대한 부추김이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교과서도 나오지 않은 과목이지만 최근 크고 작은 사교육 업체들의 홈페이지에서 ‘통합사회ㆍ과학반 신설’이란 홍보 문구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들은 이미 지난 여름방학 때 중3을 대상으로 ‘5주 완성’ ‘8주 완성’ 등의 강의를 신설해 진행해왔다. 교재는 기존 사회탐구ㆍ과학탐구 강사들이 개념 정리와 문제 풀이 등의 프린트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이용했다. 중3 학부모 김모(42)씨는 수능 개편 유예 발표 하루 전 통합사회ㆍ과학 학원 광고지를 보고 전화 문의를 했다가 “내일 유예 발표가 나오니 내신 평가를 위해 빨리 선행학습을 하는 게 좋다. 반 개설이 다 돼 있으니 상담을 하러 오시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학원가의 정보는 정말 빠르더라”며 “국영수 외 과목의 사교육은 생각하지도 않다가 교육부 발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교육 업체들의 불안 마케팅은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 확대가 예고됐다가 이번에 제외된 과목, 그리고 개편안의 첫 적용 대상이 된 중2를 겨냥한 심화학습, 선행학습 등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학원들은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과 교육 당국은 태평한 모습이다. 서울 중랑구의 한 고교 교사는 “당장 내년부터 새로 가르쳐야 할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제대로 숙지한 교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한 고교의 과학교사는 “어차피 현재 고교 과학 과목을 짜깁기한 수준이 될 거란 예상이 많아 새 과목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다”고도 했다.
교육부도 시험 범위 등 세부사항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한다는 것 외에 새 교육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놓은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통합사회ㆍ과학 등에 대한 교사 연수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검정 중인 교과서 출판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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