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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김양 “다중인격” 주장하지만… 상담한 교수는 “정신병 가능성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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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 살인 불렀나] 김양 “다중인격” 주장하지만… 상담한 교수는 “정신병 가능성 낮다”

입력
2017.09.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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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양 측 “정신질환 우발적 범행”

대검 자문위원 김태경 교수는

“다중인격이라면 자아끼리 몰라

공감능력 부족한 사이코패스”

#2

같은 방서 수감생활한 사람

“부모가 준 책 2권 계속 읽어”

아스퍼거 조작 의혹도 나와

22일 선고공판을 앞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17)양은 과연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을까.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양에게 18세 미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정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범행의 잔혹함을 고려하면, 나이를 참작해 형량을 20년으로 제한하는 소년법 조항이 관대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재판부가 김양이 주장하는 심신미약을 인정해 선고 형량에 참작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김양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조현병(정신분열), 아스퍼거증후군, 해리성 정체 장애(다중인격) 등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정신과 치료전력은 있지만

김양이 중학교 때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2월 진료 기록에는 ‘밖으로 드러나는 폭력성이 아니라 속으로 생각하는 폭력성이 많고, 고양이 목을 졸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잔인한 영화를 많이 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양 측은 체포 직후 ‘적응 장애, 초기 조현병,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양극성 장애’이며 환청이 들렸을 수 있다는 주치의 소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양을 직접 상담해 심리 분석한 대검찰청 수사자문위원인 김태경 우석대 교수는 “정신병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지난달 김양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 교수는 “조현병은 사고와 지각의 장애가 있어야 하는데, 김양은 본인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고, 자신이 한 행동과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양은 조현병을 해소할 수 있는 약물 치료도 받지 않았다. 환청이 들린다는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양극성 장애에 대해서도 그는 “우울증과 조증 둘 다 보이거나 둘 중 하나는 보여야 하는데 김양은 자신에 대한 자아 환상은 드러냈지만 우울증이나 조증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1978년부터 14년 동안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제프리 라이오넬 다머.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8년부터 14년 동안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제프리 라이오넬 다머.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양, “나는 다중인격” 주장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양은 다중인격을 내세웠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내 안에 (온순한) A와 (잔혹한) J가 있고, J를 (공범) 박양이 자꾸 일깨웠다. 그래서 J가 살해, 사체 손괴 등 범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서도 한 번은 J로 진술하며 매우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하고, 다른 때엔 A로서 굉장히 순한 모습을 보였다. A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J에게 물어보라는 식으로 미루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경 교수는 다중인격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다중인격은 해리된 인격체들이 서로 모르고, 하나의 인격이 모르는 사이 다른 인격이 범죄를 저지르는 게 일반적인데, 김양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 김 교수는 “김양이 하나의 인격체에서 다른 인격체로 스위치되는 것이나 다른 자아가 한 행동을 모두 알고 있고, 그에 대해 크게 충격이 없다”고 밝혔다. 대다수 다중인격은 다른 자아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지만 김양에게선 이런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아스퍼거증후군 연출 시도?

검찰의 요청에 따라 4월 김양의 정신 감정을 진행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측은 김양의 부적절한 정서 인식 및 표현, 사회적 상호작용 이상, 그리고 개인의 독특한 관심사에 부적절하게 몰두하는 점을 근거로 아스퍼거증후군 소견을 냈다. 그 영향으로 살인에 집착했고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발달장애인 아스퍼거는 어렸을 때부터 증상이 지속되며 범행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면 어렸을 때부터 정상적 학교생활이 어려웠을 텐데,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 김양이 초등학생 시절 영재교육을 받았고 친한 친구도 4,5명 있다고 기록돼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양이 아스퍼거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양과 같은 방에서 두 달 가까이 수감 생활을 했던 이모씨는 7월 김양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정신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우울증을 느끼지 못했다.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수감 중이던 김양이 변호인을 만나고 와서는 기분이 좋아 보이길래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정신이상 판정만 받으면 5~10년 정도 (감형이) 가능하다며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양이 4월 정신감정을 받고 와서는 아스퍼거일 수 있다며 이후 부모가 넣어 준 관련 책 2권을 계속 읽었다고 진술했다. 김양이 ‘①그날 아침에 환청이 들렸다 ②그래서 아파트 옥상에 숨어있었다 ③살인을 하고 공범(박모씨)이 자신에게 폐와 손가락을 달라고 했고, 그걸 선물로 갖다 줬다’고 적은 메모를 봤다고 증언했다.

대검 자문위원 “김양은 사이코패스”

김 교수는 김양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보다는 인격장애로 분류된다. 우선 김양의 낮은 공감능력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양은 수감된 동안 벚꽃을 볼 수 없어 속상하다고 하고 허송세월할 거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면서도 감정 표현이 단조로웠다.

김 교수는 “사회관계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반응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스퍼거와 비슷할 수 있지만, 김양은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상대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속임수를 쓰거나 꾀를 부릴 수 있느냐다. 아스퍼거는 이게 불가능하다. 반면 사이코패스는 공감은 못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감하는 척할 수 있다. 김양은 상황인식을 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해 어떤 것은 말을 안하고 어떤 것은 강하게 어필했다. 심지어 지능검사에서는 일부러 낮게 나오게 하려는 양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김양은 현실검증력이 온전하고 사고 및 지적 장애가 보이지 않는다.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즉흥적이지만 고도의 치밀한 집중력도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교수 외에 김양을 강도 높게 면담한 대검 행동분석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주범 김양이 3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주범 김양이 3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범행과의 연관성이 관건

김양의 정신상태에 대해 여러 진단이 거론되고 있지만, 관건은 범행과의 연관성이다. 재판부는 정신 병력이 있어도 범행 당시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면 심신상실,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멀쩡했던 사람이라도 범죄 상황에서 이성을 잃거나 판단력을 상실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 이를 참작해 선고한다.

지난해 두 살배기 아기를 3층 난간에서 던져 살해한 발달장애인은 사물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악귀가 씌었다며 친딸을 살해한 어머니는 “정신감정의, 임상심리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할 때 사물 변별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반면 1978년부터 14년 동안 17명을 살해한 미국의 연쇄살인범 제프리 라이오넬 다머는 정신분열형 성격장애 등 진단을 받았지만 배심원들은 이것이 범행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이문 경찰대 교수는 “미국에서 범죄자 중 정신이상을 항변하는 이는 100명 중 1명 정도며 배심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비율은 23%에 그친다”며 “정신이상이 인정되면 상당수가 교도소 수감 기간보다도 더 긴 시간 동안 병원에 수용된다”고 밝혔다.

김양의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진단이 엇갈리는데다, 정신질환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별도로 입증돼야 할 문제라 그 판단은 재판부에 달려있다. 최 교수는 김양의 재판 기록을 살펴 본 결과, 김양 측이 주장하는 정신질환이 실제 범행에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충분히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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