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국회 보이콧 ‘장외로’
바른정당은 회의 도중에 퇴장…
與野 또는 野野끼리 욕설ㆍ고성
김이수 임명동의안도 또 불발
20대 국회가 고성과 막말 속에 반쪽으로 첫 정기국회를 시작했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빌미로 보이콧을 선언하고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정기국회에 조건부 참여로 당론을 정한 바른정당마저도 북한 제6차 핵실험 규탄결의안이 미약하다고 비판하며 본회의 도중 퇴장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최악의 안보위기가 찾아왔지만, 여야는 대승적인 단결보다는 정쟁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본회의장 바깥은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언쟁으로 소란스러웠다. 의원총회에서 국회 보이콧을 결의한 한국당 의원 90여명은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시도 규탄’, ‘국민 지킬 북핵대책 즉각 강구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휴대폰을 이용해 이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방송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미친×”, “뭐 하는 거야”라며 항의했다. 한국당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과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나서서 손 의원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에 손 의원도 “한 대 때리실 거냐”고 맞받아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야당 의원끼리도 마찰을 빚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길에 “보수정당이 안보위기에 뭐 하는 짓이냐”고 비판하자, 한국당이 단체로 항의하면서다. 정진석 의원은 하 의원에게 “어디다 대고 보수를 입에 올리고 ×랄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이장우 의원도 “배신자 하태경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다. 일각에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을 상기시키며 “돈 받은 정당은 꺼지라”는 비난도 나왔다.
회의장 바깥의 아수라장을 뒤로하고 시작된 본회의도 순탄치 못했다. 추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동안 바른정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다. 추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긴장 고조의 끝이 전쟁이라면,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끝까지 대화와 평화적 해법을 추구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 등이 추 대표에게 삿대질을 하며 비판했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그만해라”, “예의를 갖춰라”라고 소리치며 받아쳤다. 결국 바른정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북한 6차 핵실험 규탄결의안을 상정하자 다시 회의장에 들어왔다.
하지만 결의안을 놓고서도 바른정당이 문구가 너무 약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최종 합의까지 시간이 지연됐다. 뒤늦게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제안설명을 읽기 시작했지만, 최종 합의된 결의안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잠시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국회를 보이콧한 한국당 의원들은 아예 장외로 나서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청구ㆍ발부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대검 청사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나는 동안 복도에 앉아 연좌농성을 벌였고, 방통위에선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을 면담해 따졌다.
넉 달째 표류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인준안)은 이날도 처리가 불발됐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인준안 통과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의 반대 때문이다. 애초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김 후보자 인준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당이 표결 연기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상정을 보류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정 의장을 만난 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비판 받을 일이지만, 1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인준안을 처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교섭단체들이 다른 사안과 (인준안 처리를) 연계시키는 것은 정말 국민에게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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