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체제 아래 중국의 주요한 대외 전략은 주변국들의 인프라를 연결해 이 지역을 중국 중심 경제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했으며, 동남아는 핵심 대상 지역이다.
‘분발유위(奮發有爲ㆍ분발해서 이뤄낸다)’라는 공세적 구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중국이 이런 프로젝트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출자금 32%를 출연해 지난해 1월 출범한 AIIB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인프라 구축을 통한 영향력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앞날은 불투명해 보인다. AIIB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16개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했는데 이 중 7개 프로젝트가 동남아 국가에 대한 투자다. 비중이 낮지는 않지만 이 중 AIIB가 착수단계에서부터 관여한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 배전체계 개선(1억6,500만달러)에 그친다.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독일ㆍ영국ㆍ프랑스 등 역외 국가를 회원국으로 포함시키면서 중국의 경제외교 수단으로서 AIIB의 활용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선주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지만, 투자결정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서방국가에 비해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중국의 영향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사후평가기관을 갖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달리 AIIB는 독립 평가기관이 없어 투자를 지원한 국가의 사회ㆍ환경에 대한 영향을 도외시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는 회원국 간 갈등을 유발시킬 여지도 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일대일로를 통한 동남아 진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식 개발관행으로 동남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워서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에서는 환경파괴가 있건 없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추진하지만 인도, 말레이시아만 해도 국제적 규범을 지키지 않고는 투자가 불가능한 국가”라며 “중국이 인프라 개발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의 경우 뭄바이공항을 재건축하는데 법원이 공항주변 불법거주자 권리를 인정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려 재건축에 8년이 걸리기도 했다. 김 위원은 “AIIB도 중국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구라기보다는 국제기구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다자개발은행 역할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일영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는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역사적 피해의식을 깔고 있고, 중국 자본이 들어와서 사회ㆍ경제를 뒤흔든다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봤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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