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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삶이 있는 풍경] 다경이의 소박한 꿈 찾기

입력
2017.09.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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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경이’가 작지만 소중한 자신의 꿈을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다. 이제 막 시작했지만 2년 뒤에 그 꿈을 이루고 싶다며 적정시한도 정했다. 꿈을 이루면 엄청나게 기분이 좋을 거라며 늘 희희낙락이다. 홀로 이루긴 다소 어려운 일이라 옆에서 살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일로 내 역할을 삼았다. 우리는 매주 1회씩 만나 속닥속닥 수다를 떨거나 내가 권유한 일들을 숙제처럼 가져와 풀어놓는다. 풀어놓는 이야기 꾸러미의 내용은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리며 특별한 순간들을 정리한 글과, 매일 가장 눈길이 가거나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담은 사진이다.

이 모두가 ‘보물찾기’ 같다는 다경이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대상들과 하나하나 접점의 시간들을 쌓아가는 중이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자, 사랑을 건네기 위해 먼저 받은 사랑의 실체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경이의 꿈은 언젠가 꼭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세상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다. 그 마음과 정성을 모아 2년 뒤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다경이는 올해 스물아홉 살이지만 10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신장애를 지니고 태어났다. 맑고 투명한 시선을 지닌 다경이는 좋아하는 것이 아주 많다. 짬 날 때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촉촉한 내용 가득한 예술영화들도 무척 좋아한다. 개봉을 앞둔 신작영화 무료시사회장을 찾아 감독과 배우의 사인을 받아오는 데에는 나름의 성공담을 자랑할 만큼 이력도 가볍지가 않다. 아빠 엄마는 물론 어릴 때부터 온갖 사랑을 담아준 할머니와도 누구 못지않은 각별한 애정을 주고받는다. 이 모두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여느 소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장애와는 무관하게 다경이 삶의 소중한 자산이다.

요즘 들어 다경이는 어릴 때 혼자 처음 지하철을 타거나 극장을 갔던 옛 기억의 장소들을 둘러보는 중이다. 그 설렜던 순간들과 다시 만나면서 일부 사람들의 자신을 향한 시선의 불편함을 거두고 더 적극적으로 세상과 마주하려 한다. 험한 세상 한복판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다시 찾으려는 다경이의 여정은 꽤 큰 용기를 내야 한다. 가끔은 벽에 부딪힐 때도 있다.

얼마 전 다경이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는 말을 툭 던졌다. 입출구 게이트를 오갈 때마다 ‘띡띡’거리는 소리 때문이란다. 다경이는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한 복지카드를 이용한다. 그런데 비장애인은 게이트 통과음이 ‘띡’하고 마는데 자신은 항상 두 번의 통과음이 나고 그때마다 자신을 흘낏거리는 사람들 탓에 불편하다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무임승차라는 혜택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또는 경계 짓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더 우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다경이의 ‘투정’속에서 튀어나왔다. 최근 들어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 장애인복지법에 대한 전면적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정부정책과 관련해 이 부분도 시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던 지하철게이트에 오늘 따라 슬쩍 눈길이 간다.

올 가을은 꽤 길 듯싶다.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러 기분이 들뜨는 계절이다. 다경이가 오늘도 지하철을 탈 텐데 나들이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임종진 사진치유공감 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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