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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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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당했다’

입력
2017.09.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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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황희찬(오른쪽)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월드컵 본선 진출 당했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를 0-0 무승부로 끝낸 6일 새벽(한국시간). 같은 조 이란-시리아(2-2 무)의 결과가 나온 후 한국(4승3무3패ㆍ승점 15)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소식을 전한 기사들엔 이 같은 댓글이 많은 공감 수를 기록했다.

한국 축구의 현실을 잘 압축한 표현이었다.

이날 이란-시리아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한국 축구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었다. 때문에 한국 축구계는 우즈베키스탄전 못지않게 이란-시리아전도 예의주시했다.

지난 7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 경질 후 ‘소방수’로 투입된 신 감독은 결과적으로 ‘월드컵 본선행’ 임무를 완수했다. 물론 축배는 들 수 없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었다. 축구팬들이 능동인 ‘했다’가 아니라 ‘당했다’는 피동 표현을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 감독이 수장이 오른 지 64일이 지났다. 그 기간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크게 세 가지다. 발단은 역시 대한축구협회(KFA)다. 2000년 이후 한국 축구 사령탑에 올랐던 감독은 총 13명이다. 평균 재임 기간은 고작 1~2년에 그쳤다.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전임인 슈틸리케의 2년 9개월(2014년 9월~2017년 6월)이다.

축구협회는 자신들이 선택한 감독이 줄줄이 물러나는 동안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근시안적인 대책만 내놓았고, 감독에게만 책임을 지웠다.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워야 할 대표팀 수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된 지 오래다. 지난 달 31일 맞붙었던 이란 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4ㆍ모잠비크) 감독은 2011년 4월부터 지금까지 6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임한 지 두 달도 채 안됐던 신 감독의 대표팀이 6만 관중 앞에서 졸전(0-0 무)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한 이유였다.

기술위원회도 유명무실했다. 지난 6월 이용수(58) 당시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사퇴의 변과 함께 "차기 사령탑은 국내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제안만 던졌다.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로비에서 만난 그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힘을 써 주십시오”라는 짧은 말과 함께 기자에게 악수를 청한 뒤 홀연히 자리를 떴다.

선수들의 책임도 크다. 이동국(38ㆍ전북 현대)은 대표팀에 합류되기 전인 지난 6월 기자와 통화에서 이미 선수들의 정신력을 지적했었다. 대표팀의 문제점에 대해 “튀려고 하는 선수들이 눈에 보이더라”며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감독과 선수 등이 모두 희생하며 하나의 팀이 돼 경기해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달 대표팀에 합류하면서도 같은 말을 했다. 급하게 뽑힌 감독과 떠밀려 차출된 선수들은 끈끈하게 단합할 리 없다. 흔들리는 조직력의 근본 문제는 여기서 출발했다.

여론의 쏠림 현상도 심각했다. 7월만 해도 여론은 “설령 월드컵 진출이 무산돼도 신 감독을 비난하진 말자”였다. 독이 든 성배 들기를 자처한 신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누가 와도 2개월 만에 한국 축구를 개혁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란, 우즈벡전에서 득점 없이 비기자 신 감독에 대한 여론은 비난 일색으로 돌변했다.

관중의 함성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선수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고 실언한 김영권(27ㆍ광저우)도 수 없는 저격에 눈물을 쏟았다. 선수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인터넷상에선 비판과 조언이 아닌 ‘인신공격’과 ‘맹목적이 비난’이 들끓었다. 일희일비한 여론, 저격을 앞세운 여론은 대표팀에 득 될 게 없다.

결국 ‘근시안적 시각’이 문제다. 한준희(47) KBS 축구해설위원은 “풀 뿌리 현장부터 축구협회에 이르기까지 합리성의 덕목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구계 곳곳이 모두 합리적인 눈으로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볼 때 한국 축구의 ‘판’도 뒤집어 질 수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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