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가 강행되면서 경찰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 충돌이 벌어졌다. 지난 7일 경북 성주군에서다.
충돌 당시 경찰은 집회에 참가한 신부, 목사 등만 별개로 제압하는 ‘종교CARE팀(케어팀)’을 투입했는데, 이를 두고 종교인들이 “경찰이 종교인 전문 진압 팀을 만들었다”고 반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일 새벽 사드 배치가 예정된 성주골프장 앞에 주민 5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차벽을 세우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서자 의경 등 8,000여명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여기엔 집회 진압과 해산을 전문으로 하는 경북지방경찰청(경북지청) 기동대 소속 케어팀 23명도 포함됐다.
경북지청에 따르면, 케어팀은 집회 해산 과정에서 종교인을 보호하는 팀이다. 자칫 ‘종교 탄압’이란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는 것이다. 케어팀은 집회에서 쓰인 종교 물품을 정리하거나, 종교인과 경찰 사이 마찰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맨손이 아닌 장갑을 끼운 채 업무를 하고, 등에 ‘종교CARE’라 쓰인 조끼를 착용한다. 기동복 대신 정복을 입는 것도 다른 팀과의 차이점이다. 모두 종교인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다. 케어팀은 지난달 23일 만들어져 이번에 처음 실전 투입됐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종교인들은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케어팀의 당시 행동이 예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내용이다.
‘천주교 남자 수도회 사도 생활단 장상협의회’ 등 천주교 단체 2곳은 8일 성명서를 내고 “경북지청의 종교케어팀은 (집회 당시) 종교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룩한 종교 행위를 방해했다”며 “(해산 과정에서) 미사 제대와 도구를 빼앗고, 십자가가 부서졌다”고 주장했다.
6개월째 성주에서 머물며 사드 반대 집회를 이끌고 있는 성동환 신부(성 베네딕토회 왜관 수도원)는 “(나도) 당시 현장에서 케어팀 직원 6명에게 끌려가 손목을 비틀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면서 “경찰이 종교인들을 제압할 때마다 안 좋은 소리가 나오다 보니 ‘종교 케어’라는 식으로 이미지 전환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또한 케어팀의 설립 목적에 대해 의뭉스러운 대답을 내놓으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북지청 관계자는 “케어팀은 종교인 예우를 위해 만든 팀”이라면서도 “(사드 논란 후) 신부님, 목사님 등이 거의 매일 마을(소성리)에서 사드 관련 집회, 기도회를 열고 있다. 좀 과격하고, 유난스러운 집회가 많다”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종교인들의 과격한 시위만 진압하기 위한 전담팀을 만든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케어팀은 상설팀이 아니라 큰 집회가 있을 때 투입되는 태스크포스(TF)팀”이라며 “그런(종교인 특별 관리) 목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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