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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줄기각에… 검찰ㆍ법원 유례없는 공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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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줄기각에… 검찰ㆍ법원 유례없는 공개 설전

입력
2017.09.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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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연루 양지회 간부들 이어

KAI비리 경영본부장도 기각

격분한 윤석열 입장문 지시

“법 기준 아닌 다른 요소 의구심”

법원은 “도넘은 비난 표명 유감”

새 진용 꾸린 檢의 날선 비판에

법조계 “檢 수사력도 돌아봐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후 공들였던 사건과 관련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조은석 서울고검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는 윤 지검장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후 공들였던 사건과 관련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조은석 서울고검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는 윤 지검장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후 공들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사건과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관련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이 전례 없는 공개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영장전담 판사들의 자질과 공정성까지 거론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검찰의 수사능력을 뒤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새벽 공직선거법ㆍ국정원법 위반 혐의 및 증거은닉 혐의로 각각 청구된 국정원 퇴직자모임인 양지회 전ㆍ현직 간부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이날 검찰이 채용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로 청구한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새벽에 3명의 영장기각 소식을 한꺼번에 접한 검찰은 격하게 반응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2월말 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이는 일반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대단히 다른 것”이라고 법원을 맹비난했다. 이례적인 맹비난에는 윤 지검장의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윤 지검장이 취임 후 이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KAI 수사를 이끌고 있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국정원 댓글 사건을 지휘하는 박찬호 2차장도 간략하게 입장을 냈지만 이만큼 격앙되지는 않았다.

이날 윤 지검장의 격한 반응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일할 때부터 법원에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입장문에도 국정원 댓글 관련자, KAI 관련자 이외에 특검 수사 당시 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정유라, 이영선’을 열거했다.

영장기각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날 선 반응이 나온 적은 없었다. 2006년 윤 지검장이 속해 있던 대검 중수부의 론스타 사건 수사 당시 론스타 임원들에 대한 체포ㆍ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한 검찰 간부는 “남의 장사에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고 했고, 법원 관계자는 “상사법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맞받았다.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사법정의가 실종됐다”(검찰), “형사소송법 원리를 망각했다”(법원)고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원을 자극하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이 “지켜야 할 선을 너무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도를 넘은 검찰 대응에 법원도 발끈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수사의 필요성만을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검찰이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 입장문 내용은 자신들은 100% 오류가 없다는 확신을 가졌을 때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한바탕 설전이 오간 뒤인 이날 오후 법원은 KAI 구매본부장 공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진행 했다.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9시 41분쯤 “피의자의 범행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찰이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한 것은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며 “법원도 기각사유에 대해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고 충분히 설명해서 검찰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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