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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칼럼] 소중한 인재를 길러내려면

입력
2017.09.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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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공동체 일원 기르는 데 중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 필요

지덕체가 조화된 전인교육이 중요

“학부모 여러분. 곧 자녀의 시험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녀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라겠지만 학생들 중에는 수학을 이해할 필요가 없는 예술가나 화학 점수가 문제가 되지 않는 음악가, 물리보다 신체적 적성이 더 중요한 운동선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번의 시험이나 낮은 점수가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앗아가지는 않습니다. 세상에서 행복한 사람들이 의사나 엔지니어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싱가포르의 한 교장선생님이 시험을 앞두고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인데 시험에 대한 부모 관심을 보면 싱가포르도 교육 경쟁이 어지간히 치열한가 보다. 대부분 부모가 성적이나 출세보다 자녀의 행복과 건강을 중히 여길 텐데 막상 내 아이를 놓고 보면 판단이 녹록하지 않다. 학력과 간판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고용 여부와 임금 수준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눈앞의 점수와 입시에 급급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우리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역량을 발현시키고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 국가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을 제대로 길러내고 있는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 학생들은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행복 수준은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세 학생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는 싱가포르처럼 수학, 과학, 읽기에서 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순위가 떨어지고 있고 공부시간이 주 51시간으로 OECD 평균 45시간보다 많아 시간당 PISA 점수로 평가한 학습효율성은 하위권이다. 공부에 치이다 보니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4(OECD평균 7.3)로 끝에서 두 번째다. 장시간 근로에 생산성과 행복도가 낮은 우리 사회를 판박이처럼 닮았다.

생김새만큼 기질과 적성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고정된 시험 틀에 맞추려 하면 다양한 역량을 키우기 어렵고 앞줄에 서지 못한 학생들의 자존감만 해치게 된다. 100명의 학생을 시험성적 하나로 줄 세우면 1등이 한 명밖에 안 나온다.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해서 많은 학생들이 소질과 노력을 토대로 꿈을 찾게 해야 한다. 지적 능력 평가에 치중한 결과 친구를 경쟁대상으로 보거나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잠자는 게 방치되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익히지 못하고 다른 학생을 폭행하면서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강한 사회인을 양성하려면 지육(知育)과 덕육(德育)과 체육(體育)이 조화된 전인교육이 필요하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내신을 더 중시해야 한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는 개인의 지적 능력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자질과 품성을 평가해야 하며 공정성은 그 선결요건이다.

사회적으로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야 할 교육이 소비활동이 되고 있다. 소모적 학력 경쟁으로 대학진학률이 70%에 육박하지만 많은 졸업자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높은 진학률은 노동시장과 사회의 보상체계 때문이다. 학력별 임금통계를 기초로 생애 총소득을 비교하면 대졸 근로자가 취업 후 10여 년 지나면 바로 취업한 고졸 근로자의 총소득을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학 나와야 경제적,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풍토에서 졸업장 가지려는 학부모와 학생을 탓할 수 없다. 대졸 임금프리미엄과 고용률 격차가 적은 스웨덴에서는 꼭 대학 안 가도 되니 대학진학률이 40%로 낮은 반면 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는 높다. 사회가 낳은 문제는 사회가 달라져야 풀린다.

이해관련자가 많고 사람마다 시각 차이가 큰 사안이라 조심스럽지만 백년대계 문제라면 뭐가 중한지 손가락보다 달을 보며 방향을 잡아야 한다. 높은 교육열과 교육기회 확대는 산업화 시대의 평균적 인력을 양성해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디딤돌이 되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등장하고 일자리의 성격이 변하고 창의와 유연한 사고가 중시될 미래 사회에서도 학력 경쟁과 지식 위주 교육이 유효할지 의문이다. 싱가포르 교장선생님의 편지가 시사하는 바 크지만 이 또한 필요한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윤종원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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