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마다 순위가 바뀌는 5위 경쟁의 일요일 승자는 SK였다. SK는 10일 인천 넥센전에서 홈런 세 방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몰아쳐 17-8로 대승을 거뒀다. 전날 6위로 올라섰던 SK는 이날 두산에 패한 LG도 0.5경기 차로 밀어내고 5위 고지를 점령했다. SK가 단독 5위에 자리한 건 7월25일 이후 47일 만이다. 넥센은 5연패에 빠져 7위로 미끄러졌다.
‘홈런 군단’의 위력이 또 한번 불을 뿜었다. SK는 1-4로 끌려가던 3회말 제이미 로맥의 시즌 27호 투런홈런으로 3-4로 따라 붙어 분위기를 단번에 바꿨다. 4회 대거 7점을 몰아친 SK는 12-6으로 앞선 6회 2사 만루에서 최정이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만루 홈런을 터뜨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개인 통산 8번째 만루홈런으로 시즌 43호포를 장식한 최정은 이 부문 2위 윌린 로사리오(34개ㆍ한화)와의 격차를 9개로 벌리고 홈런왕 2연패 굳히기에 들어갔다. 또 KBO리그 역대 23번째 900타점(903개)도 돌파했다.
이승엽(삼성)의 7번째 은퇴 투어가 열린 광주에서는 삼성이 KIA를 9-6으로 제압했다. KIA 선발 헥터 노에시는 5⅓이닝 12피안타(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9실점(7자책점)으로 무너졌다. 9실점은 개인 최다 실점이다. 시즌 18승이 무산된 헥터는 평균자책점이 3.27에서 3.54까지 치솟았다. KIA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이날 2타점을 더해 구단 사상 최초의 100득점(110개)-100타점(101개)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경기에 앞서 KIA는 이승엽 은퇴 투어 선물로 무등구장 의자를 선물했다. 이는 1995년 5월2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19세이던 고졸 신인 이승엽이 KIA의 이강철(현 두산 2군 감독)에게 프로 데뷔 1호 홈런을 친 자리다. 물론 22년 전 이승엽의 홈런볼이 떨어진 실제 의자는 아니다. 당시 경기는 자료화면이 남지 않았고, 워낙 오래전 일이라 실제 그 의자가 아직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신 KIA 구단은 이승엽 본인에게 확인한 타구의 위치와 비거리(110m)로 낙구 지점을 추정해 철거를 앞둔 무등구장 좌석 하나를 떼어 냈다. 그리고 의자 정중앙에 '전설의 시작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No.36 이승엽 데뷔 첫 홈런, 1995. 5. 2, 광주 무등야구장'이라는 문구를 새긴 명패를 부착했다. 이승엽은 “아버지(이춘광 씨)의 고향이 강진, 어머니(고 김미자 씨)의 고향이 해남이다. 내 고향은 대구지만, 부모님 고향(지역)인 광주는 내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면서 “어릴 때 고속도로를 통해 시골 갈 때면 불 켜진 (무등)야구장 옆을 항상 지나갔다. 아버지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여기서 뛰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승엽은 1호 홈런 기념 선물을 받고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슬라이더 아니면 커브였다. 당시에는 홈런이 나오면 (구장이) 조용해졌다. 어떻게 쳤는지도 모르게 부드럽게 쳤는데, 조용해져서 홈런인 걸 알았다"고 추억에 잠겼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LG를 5-1로 꺾고 선두 KIA와 승차를 다시 3.5경기로 좁혔다. 롯데는 수원에서 kt를 7-5로, NC는 대전에서 한화를 11-5로 각각 눌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