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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테이에서 온 편지] 책방 마당 음악회로 읽어보는 예술가의 삶

입력
2017.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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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북 경주 사랑방서재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여한 손님과 동네 주민이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북 경주 사랑방서재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여한 손님과 동네 주민이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경주 ‘사랑방 서재’는 한옥집 방 한 칸에 마련된 조그마한 동네서점입니다. 야외용 의자에 앉아 책 읽을 수 있는 마당을 갖고 있지요. 서점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은 지난 봄, 이제껏 다녀가셨던 북스테이 손님들과 동네 주민 분들을 위해 재미있는 일을 벌려보았습니다. 책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음악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음악회를 기획하게 되었고, 작은 규모가 되겠지만 연주 내용은 욕심을 내어 알차게 꾸미고 싶었습니다.

모든 일은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법. 북스테이를 거쳐간 바이올린 연주자와 음악회 기획 전문가의 참여로 머리에서만 맴돌던 기획이 탄력 받았습니다. 독일 유학 이후 국내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강원님은 따뜻한 날이 오면 이곳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콘서트 홀에서의 팽팽한 긴장감도 좋지만 한적한 한옥 마당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했습니다. 경주에 올 때마다 서점에 들러 즐기시던 음악회 기획자 김유정님까지 함께 해서 음악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증받은 헌책의 판매대금이 복지재단에 기부된다는 이야기에 흔쾌히 책을 내어주신 첼리스트 배규희님, 연주 일정이 겹쳤지만 어렵사리 참여해주신 아코디언 연주자 홍기쁨님, 우리 서점 운영자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고지영님이 프로그램을 멋지게 완성했습니다. 경주의 그림책 서점 ‘소소밀밀’에서 소리 좋은 피아노를 선뜻 내어주셨고, 단골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다과상을 준비해주셨고, 그 수익금 또한 전액 기부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랑방서재의 운영자들은 그저 멍석만 깐 셈이 되었더군요.

그렇게 하여 지난 5월 13일, 사랑방서재를 사랑하는 손님들이 연주자가 되고, 관객이 되어 동네 주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함께한 연주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재산, ‘책’으로 정성껏 선물 꾸러미를 꾸렸습니다. 저희가 평소 적극 추천하는 책들 중에서도 오랜 세월 소장해서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을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ㆍ김인순 옮김

필로소픽 발행ㆍ231쪽ㆍ1만2,500원

반 고흐 인생수업

이동섭 지음

아트북스 발행ㆍ240쪽ㆍ1만3,800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ㆍ우석균 옮김

민음사 발행ㆍ184쪽ㆍ8,000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은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사는 삶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예술가들은 화려한 무대 위 인생을 살아가지만 무대 밑에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많은 예술인들이 그 간극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최소한의 품위를 위해 재물을 가져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우아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한 인간은 소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몰락한 귀족가문 출신 작가는 가난과 부를 초월한 ‘우아한 삶’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쇤부르크의 글이 우아한 삶의 명제를 제시했다면 이동섭의 ‘반 고흐 인생수업’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사색을 담은 책입니다. 파리에서 예술 공부하던 시절에 만난 반 고흐의 인생, 평생 원하는 것을 찾아 그 일에 목숨까지 거는 그 열정에 작가는 자신의 삶을 투영합니다. 생을 건 선택에 따라온 고뇌와 고통을 그저 인생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살다 간 고흐의 글과 그림을 통해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름답게 펼쳐지지요. 자신의 직업에 감사하고 자연과 예술을 사랑한 화가와 그를 닮고자 염원하는 작가의 고백에서 우리는 삶의 한 방편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예술가의 삶이 ‘반 고흐 인생수업’에 녹아 있다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평범한 사람이 시인을 만나 성숙한 삶으로 나아간 내용입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의 원작이며 라틴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아직도 무척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인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전해주는 마리오는 시인에게서 메타포(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며 말하는 방법)를 배우면서 예술에 빠져들고, 자유의지를 짓밟는 정치 세력에 의해 제거되는 시인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권력의 폭력성을 깨닫게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청중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끔 돕는 작업이 예술가의 즐거움이듯, 메타포를 통해 시(詩)를 알게 된 마리오처럼 독자분들도 이 책을 통해 문학의 감동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책과 함께한 봄날의 작은 음악회는 그렇게 모두가 함께한 행복한 축제였습니다. 함께해주신 연주자분들과 북스테이 손님들, 그리고 동네 이웃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언젠가 또 다른 봄날의 음악회를 꿈꾸어봅니다.

이지훈 작곡가(경주 사랑방서재)ㆍ북스테이네트워크(bookstay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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