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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히든 히어로] 천하장사 꿈꾸는 ‘멘사’ 출신 최성환

입력
2017.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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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출신 한라장사 최성환이 지난 12일 전남 영암의 씨름단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암=김지섭기자
멘사 출신 한라장사 최성환이 지난 12일 전남 영암의 씨름단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암=김지섭기자

올 시즌 모래판 한라급(110㎏)은 최성환(25ㆍ영암군민속씨름단) 천하다. 1월 설날 대회와 6월 단오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그는 그 동안 몸 담았던 의성군청을 떠나 1호 민속씨름단으로 창단한 영암군청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곳에서 선배 김기태(38) 감독을 만나 다시 한번 전성기를 열었다. 최성환은 2013년 동아대 시절 추석대회에서 이만기 이후 30년 만의 대학생신분으로 한라장사에 올라 ‘제2의 이만기’로 불릴 만큼 대학 최강자로 적수가 없었다.

최성환이 한라급 독주 체제를 이룬 원동력은 강한 동기부여를 받아서다. 김 감독은 최성환에게 올해 ‘전승 우승’이라는 목표를 심어줬고, 최성환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난 12일 전남 영암의 씨름단 훈련장에서 만난 최성환은 “감독님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숙제를 줬다”며 “목표가 있어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추석대회와 천하장사대회만 남았다”면서 “감독님이 목표를 이루면 ‘말만 해라’고 했는데 어떤 선물을 줄지 기대된다”고 웃었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니까 줄곧 따라다니던 부상 트라우마도 떨쳤다. 그는 2013년 9월 추석대회를 마친 뒤 무릎 수술을 받고 1년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듬해 복귀 후에는 갈비뼈가 부러져 3~4개월 가량 쉬었고, 2015년 설날대회에서 한라장사에 올랐지만 척추 측만증으로 또 고생했다.

올해 전승 우승을 약속한 최성환(왼쪽)과 김기태 영암군청 감독.
올해 전승 우승을 약속한 최성환(왼쪽)과 김기태 영암군청 감독.

팀 이적 후 전환점을 마련한 최성환은 “대학 때 실업 최강자로 군림했던 김 감독님의 존재가 컸고, 영암군청에는 같은 체급에만 4명이 있어 연습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며 “또 국내 최초로 프로팀 개념을 도입한 민속씨름단에 입단했다는 자부심도 컸다. 전동평 영암군수님을 비롯한 군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아낌 없이 지원을 해주고, 후원회에서도 선수단 기력 보충에 도움을 주는 등 환경이 매우 좋다”고 자부했다

최성환은 멘사(IQ 148 이상) 회원 출신이다. 중학교 시절 지능지수(IQ) 검사에서 두 차례나 151을 찍었다. 실제 그는 두뇌 플레이가 뛰어나 상대의 기술을 역이용하거나 빈틈을 잡아내는 것이 탁월하다. 최성환은 “2008년과 2009년 멘사 회원 연간 회비를 냈는데 그 이후 별다른 혜택이 없어 내지 않아 지금은 회원이 아니다”라며 웃은 뒤 “씨름을 할 때 샅바를 잡으면 순간적으로 상대의 어느 곳에 힘이 없는지 느껴진다. 처음엔 몰랐는데 남들은 그게 다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축구를 할 때도 공간을 잘 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는다”면서 “대학교에서는 축구부 감독님이 연습경기를 할 때 나를 불러 미드필더로 기용하기도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성환의 플레이 스타일은 씨름 인기를 되살릴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공격적이다. 설날 대회에서 최성환의 경기를 본 씨름 팬들은 쉼 없는 공격에 “모처럼 씨름다운 씨름을 봤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최성환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더라”며 “내가 상대보다 ‘하수’라고 생각하면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도전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환은 씨름 인기 회복을 위한 책임감도 갖고 있다. 일본은 스모, 스페인은 루차카나리아 등 전통스포츠가 인기를 얻는 것에 반해 한국은 민속씨름이 대중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최종 꿈은 천하장사 등극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최성환은 “2013년 천하장사 대회에서 4강까지 올랐지만 (이)슬기 형한테 졌다”며 “백두급과 체급 차이가 있지만 못 이길 것도 없다. 나보다 큰 선수들과 하면 더 재미 있고, 승부욕도 생긴다. 씨름의 묘미는 덩치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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