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공포물에 친숙한 10대 공포영화 관객으로 자리잡아
미국 영화산업의 중심지 ‘헐리우드’는 요즘‘호러우드’라고 불린다. 공포(horror)와 헐리우드라는 말을 결합한 것이다.
실제 올해 2월에 선보인‘겟아웃’, 8월 개봉한 ‘애나벨2’, 그리고 최근작 ‘그것’까지 공포영화의 흥행몰이는 멈추지않고 있다. 박스 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그것’은 개봉 6일 만에 1억 5,1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려, 공포영화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앞서‘애나벨’도 9,700만달러, ‘겟아웃’은 1억 7,500만달러 수입을 거둬, 달러 박스로서 공포영화의 위상을 과시한 바 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공포영화들이 흥행몰이를 하는 이유로 다양한 소재로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포물에 익숙해진 10대들을 끌어들였고, 함께 관람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공포감’으로 인한 동질감 등을 꼽았다.
요즘 공포영화들은 모두 공포감을 자극하지만 동일한 소재로 공포를 다루지 않는다. ‘애나벨’은 초자연적인 공포 영화로 저주받은 인형을 소재로 썼고, ‘겟아웃’은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남편의 뜻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여성들을 다룬 영화 ‘스탭포드 와이브스’와 같은 요소도 가미했다. ‘그것’은 초자연적 공포영화이면서도, 소년들의 성장서사를 담고 있다.
통상 마니아층을 겨냥했던 공포영화가 최근 대중적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컴퓨터 게임과 TV,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런 노출이 더욱 용감해진 10대들을 공포 영화에 끌어들이게 한 요소라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볼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요소들도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대형 화면과 입체적인 사운드로 영화를 볼 경우 공포감이 극대화해 영화 몰입도가 높을 뿐 아니라, 함께 영화 보는 사람들과 동일한 공포감을 공유하면서 묘한 동질감까지 느끼게 된다. 최근 극장에서 ‘그것’을 관람한 앤드류 윌슨(19)은 “최고 공포영화에 필수적인 조건은 주변 사람들과 비명과 침묵이 교차하는 컴컴한 공간에서 함께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 영화는 전형적으로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돼 있는 ‘두려움’을 건드리는데, 그 두려움이 사회적 분위기와 맞닿았을 때 더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영화연구 강사인 앨리스 해일럿 브라이언은 “정치ㆍ문화적 요소는 공포영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며 “겟아웃의 흥행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 내 인종차별적인 분위기와 연결시켜 보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인 인턴기자(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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