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구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 문성민(31ㆍ현대캐피탈)이 리베로로 깜짝 변신했다.
문성민은 1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넵스컵 프로배구 남자부 B조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수비 전문 포지션인 리베로로 출전했다.
문성민은 2016~17시즌 V리그에서 국내 선수로는 처음 단일시즌 700득점(739점)을 돌파한국가대표 부동의 공격수다. 물론 그가 완전히 포지션을 바꾸는 건 아니다. 일종의 테스트다.
지난 시즌 남자부 V리그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기존의 레프트 대니(30)와 재계약하지 않는 대신 라이트 아르파드 바로티(26ㆍ헝가리)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주 공격수 문성민은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하다. 공격에 전념하는 라이트와 달리 레프트는 리시브와 수비도 함께 해야 한다.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다음 달 개막할 정규시즌에서 레프트로 나설 문성민의 서브리시브와 수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험 차원에서 리베로 투입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최 감독은 “상대 서브와 공격을 컵 대회 동안 많이 받아봐야 한다”며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일 수도 있고, 배구 팬 여러분께도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문성민이 레프트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리베로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적장인 권순찬(42) KB손보 감독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문성민의 리베로 기용은 물음표를 남겼다. 문성민에게 향하는 서브가 거의 없었다. 최 감독은 두 세트만 기용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3세트에도 문성민을 리베로로 투입했으나 상대의 서브는 문성민을 피해갔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0-3으로 패했고 실전 경기에서 문성민의 리시브 감각을 키우려던 계획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성민은 리시브 없이 디그(상대가 때린 공을 코트에 닿기 전 정확히 받아내는 수비)만 3개 시도해 1개 성공했다.
알고 보니 KB손보는 처음부터 아예 문성민에게 서브를 때릴 생각이 없었다.
권순찬 감독은 경기 후 “문성민 쪽으로 서브를 때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여오현(현대캐피탈의 전문 리베로)이 들어오는 포지션인데 우리도 우리 연습을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최태웅 감독 역시 “문성민을 리베로로 넣은 건 우리 팀(사정)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팀을 위해 결정을 했다”며 “(상대가 문성민 쪽으로) 서브를 안 넣어서 수비만 했지만 괜찮다. 문성민에게 물어보니 ‘정신 없는 경기’를 했다고 하더라. 큰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점을 찾았다.
이번 컵 대회를 새로운 전술이나 포지션 변경 등을 시험해 보는 기회로 삼는 구단은 현대캐피탈 만이 아니다. 앞서 김세진(43) OK저축은행 감독 역시 지난 15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국가대표 레프트 출신 김요한(32)을 센터로 기용했다.
한편, 이날 승리한 KB손보는 사흘 전 우리카드에 당한 2-3 역전패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4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권순찬 감독은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2패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번 대회는 남자부 7팀이 두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조 1ㆍ2위가 4강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리는 방식이다.
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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