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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당후원회 부활과 정당개혁

입력
2017.09.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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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중앙당의 후원회를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이 공포ㆍ시행되었다. 당장 언론의 조명이 미약하지만 본격적으로 모금이 시작되면 거센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부활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부족한 때문이다. 부활을 주문한 2015년 12월의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은 물론이고, 지난 6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중앙당 및 시ㆍ도당 후원회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파동, 소위 ‘차떼기’로 위기에 몰린 정치권이 국민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한, 일련의 정치개혁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당시 정치권은 불법 정치자금의 근본적 원인인 정경유착 타파를 위해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금지했고 돈이 드는 정치구조를 유발한 지구당 또한 폐지했다. 그러나 헌재는 2015년 12월 23일, 중앙당 후원회를 금지한 해당 법률안이 스스로 재정을 충당하려는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배되기에 2017년 6월 30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노회찬 의원(정의당)이 발의한 법안이 위원회 대안으로 여야 간에 합의돼 6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직 정치권의 불법적 정치자금 수수와 불투명하고 부적절한 지출이 빈번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에서 중앙당 후원회의 부활이 그토록 시급한 사안인지, 국민이 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공감하고 있는지, 동의하기 쉽지 않다. 헌재가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처럼 투명성 보장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현행 정치자금제도가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자금의 흐름을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치개혁 과제들을 제쳐두고 정치자금 모금을 확대하는 법안만 정치권이 합세해 서둘러 처리한 데서도 속셈이 드러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여 동안 국회 본회의가 다섯 차례나 열렸지만 여야 정쟁으로 처리한 법안이 정당후원회 부활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유일했다니 얼마나 졸속이었는지,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얼마나 잘 단합하는지, 알 수 있다.

정당들은 작년 한해 약 828억 원의 혈세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았다. 대략 절반은 경상보조금, 나머지 절반은 국회의원 선거보조금이다. 4월 총선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자는 선거비용의 전액 혹은 절반을 보전해주었다. 선거가 있을 때는 국가가 정당에게 이중으로 돈을 지급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당이 별도의 후원회를 설치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우려된다.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선거공영제의 명분 아래 정치권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정당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함인데 정당의 자생력은 오히려 약화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도대체 국민의 혈세로 언제까지 얼마만큼 지원해야 정당의 자생력이 생길지, 과연 건전한 정당정치가 정착될지에 대한 검증과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현재 과도하게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정당의 수입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

정치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처방은 정당 스스로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공감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진정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현행 국회의원들의 소액다수 모금제도는 더욱 활성화할 것이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명분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정치자금 모금 및 지출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정치권 스스로 자정 장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국회의원 20명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해 혜택을 누리는 거대정당이 국고보조금 배분의 공정성을 위해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정당후원회를 부활했지만 국민 공감대가 부족하다. 성급하게 제도를 시행하기 보다는 정당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개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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