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구원군’의 초소 습격 등
“가족 위해 죽음도 불사” 여론 커져
미얀마, 정당성만 강조해 사태 악화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사태가 격화하면서 일부 로힝야 청년들의 급진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키를 쥔 미얀마 정부는 점증하는 유혈 충돌 위험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은 채 로힝야족 탄압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얀마 정부군의 로힝야족 탄압을 촉발한 무장조직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군경초소 습격이 청년 세대의 급진화 성향을 보여준다며 추가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현지 이슬람 성직자 등을 인용해 로힝야족 공동체 내 “죽음을 불사하고 정부군과 싸우지 않으면 우리 가족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ARSA 대원으로 추정되는 한 청년은 “아이들의 평화를 위해선 우리가 목숨을 희생해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ARSA가 로힝야족 무장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으나 이들의 실체에 대해선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다. ARSA의 첫 저항 활동이 지난해 10월 발생한 마웅토 등지에서 경찰초소 공격이고, 2013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는 점 외에는 무장 수준, 외부 지원 여부 등 모두 확실치 않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방글라데시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망명한 주민들이 ARSA에 자금과 소총 등 무기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ARSA 사령관인 아타 울라는 “무기는 마체테(벌채용 칼), 검이 전부”라며 “우린 로힝야 주민 보호를 위해 싸울 뿐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CNN방송에 주장했다.
로힝야족 사태를 주시하는 인권단체들은 ARSA를 비롯한 주민들의 급진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탄압 중단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인권감시 비영리기구인 포티파이라이츠의 매튜 스미스 공동설립자는 “우린 수년간 무장 활동의 조짐이 있다고 (미얀마 정부에) 경고해 왔다”며 “급진화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로힝야족의 권리를 존중, 신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날에도 라카인주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폭력사태는 벵갈리(로힝야족을 비하하는 명칭) 극단주의자들이 근거지를 구축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며 “이 문제는 국가적 이슈인 만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두가 뭉쳐야 한다”고 결집을 촉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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