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매입 한진그룹 외압 의혹
조양호 이사장 배임 고발도 수사
인하대가 한진해운 회사채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대학 측에 회사채를 사들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이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천지검은 이달 초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인하대 투자 손실 사건을 최근 특수부(부장 노만석)에 배당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4월 인천평화복지연대가 조양호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한진해운 회장)과 최순자 인하대 총장 등 대학과 재단 관계자 4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최근 형사1부에서 특수부로 옮겨 같이 수사하기로 했다.
인하대는 지난 2월 한진해운 파산이 결정됨에 따라 2012년 7월과 2015년 6, 7월 대학발전기금으로 사들인 13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허공으로 날렸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은 발전기금 일부를 증권 취득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인하대의 경우는 일반적인 투자로 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회사채 매입 시점에 한진해운은 약 2조5,000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2011~2014년)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2012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회사채를 연달아 매입한 2015년 6, 7월 한진해운의 투자적격 신용등급은 부적격 바로 직전 등급인 BBB- 수준이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한진그룹이 대학에 직ㆍ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한진해운 회사채를 매입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7월부터 두달간 실태조사를 벌여 최 총장과 전ㆍ현직 사무처장 등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국회에서 지적이 나왔고 자체 조사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조 이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이날 “학교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인하대가 한진해운의 부실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지난해 4월 25일 채권단에 중도 환매나 만기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했다”라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에 거꾸로 가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하대는 회사채 매입 과정에서 재단 측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교육부 징계 요구 등과 관련해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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