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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설 30분간 ‘로힝야’ 단어 한 번도 안 쓴 수치

입력
2017.09.1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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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감시 허용, 난민 송환 용의”

미얀마 군부 책임 전혀 언급 안 하고

“국적 확인 난민만 받아” 현실 외면

미얀마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19일 수도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TV연설을 하고 있다. 네피도=EPA 연합뉴스
미얀마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19일 수도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TV연설을 하고 있다. 네피도=EPA 연합뉴스

 

미얀마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19일 로힝야족 유혈사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감시 등 개입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로힝야족 지위 문제 등에는 여전히 침묵해 오랜 분쟁을 끝내기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치 자문역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얀마가 종교ㆍ인종 문제로 분열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모든 인권 침해와 폭력을 규탄한다”며 “정부는 평화와 안정, 법치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로힝야 반군(ARSA)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면서 시작된 대규모 진압 및 난민 사태 이후 수치가 공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는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난민 송환을 위해 언제라도 신원확인 절차에 착수할 용의가 있다”라며 조속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또 “우리는 국제적 감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해 외부 세력의 개입도 일정 부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수치의 연설은 한계 역시 분명했다. “로힝야족 무슬림의 절반 이상이 미얀마를 떠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군은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따랐다” 등 학살 논란을 일으킨 군부의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유엔은 이미 로힝야족 사태를 “교과서적인 ‘인종 청소’ 사례”로 규정한 상태이다. 송환 요건도 미얀마 국민으로 확인된 사람만 허용하겠다는 의미여서 무국적자가 대부분인 41만여명의 난민에게 돌아갈 혜택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성명을 내고 “이런 가혹한 조건이라면 재입국이 가능한 난민이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수치가 아직도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AFP통신은 “군부뿐 아니라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을 동정하는 분위기는 없다”며 “수치가 국제사회의 압력과 강경한 국내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치는 이날 30분간 연설 내내 ‘로힝야’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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