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영업규제 합리화’ 발표
한 장으로 결제하고 정산 요청
상대방도 소득공제 혜택 돌아가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와 차별화
내년 초 모든 카드사 시행 전망
해외 장기체류자 카드발급도 쉬워져
최근 회사 동기 모임을 주도한 황씨는 저녁 식사 후 밥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애초 밥값을 동기 10명이 ‘각자내기’(더치페이)로 하고 각각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 했는데, 가게 주인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대표로 계산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황씨의 카드로 총액을 긁은 뒤 추후 동기들에게서 송금을 받기로 했다. 황씨는 “함께 식사해도 각자 계산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결제 시스템은 한참 뒤처져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렇게 더치페이를 위해 식당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 차례로 카드를 긁거나 식당 주인과 옥신각신하는 불편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카드사들이 한 사람의 카드만 긁고도 쉽게 사후 정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카드사 영업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신용카드 더치페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간편 송금 방식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황씨는 식당에서 밥값 총액 10만원을 전액 결제한 뒤 본인의 스마트폰 앱카드로 나머지 9명에게 1만원씩 결제해달란 메시지를 보낸다. 앱카드는 카드사들이 발급한 실물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해 사용하는 모바일카드다. 9명이 본인의 앱카드로 1만원 결제 요청을 승인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고, 황씨의 카드 결제액은 1만원으로 재조정된다.
사실 지금도 카카오뱅크의 ‘간편송금’ 기능 등을 활용하면 한 사람이 먼저 카드를 긁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서 각자의 밥값을 받을 수 있다. 앱카드를 이용할 경우의 가장 큰 장점은 밥값을 10명이 나눠낸 것처럼 카드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더치페이 차원에서 상대방에 송금한 돈은 카드 결제로 인정되지 않아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앱카드를 이용하는 만큼 카드 더치페이 서비스가 나오면 빠르게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서비스는 더치페이 수요가 많은 음식점, 카페, 술집 등 음식업종에서만 허용된다. 다른 곳에서도 이를 전면 허용할 경우 다른 사람의 카드빚을 본인 카드로 대신 갚거나 ‘카드깡’ 같은 불법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금융위 관계자는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카드깡을 막기 위해 밥값 결제 후 바로 더치페이 메시지를 보내도록 한 뒤 하루 안에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제한 장치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더치페이는 아직 카드사 간 연동이 이뤄지지 않아 일단 일부 카드사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내년 초 모든 카드사 간 연동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해외 장기체류자의 신용카드 발급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그 동안 해외 카드사에서 신용카드를 받으려면 국내 신용 기록을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이 컸다. 발급받는다고 해도 비싼 수수료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는 국내 카드사가 회원의 카드 이용대금과 기록 등에 대해 해외 금융사에 보증을 설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해외에서 카드를 발급받는 게 다소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유학 등의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16만명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카드사는 특화 서비스로 고객을 모집할 수 있고, 우리 교민은 손쉽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득이 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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