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뮤지컬 발성·클래식 연주 등
몸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 인기
가격 비싸도 오픈하면 매진
“관객과 소통하며 홍보 효과도”
“페기가 처음 ‘난 정말 예뻐’를 부를 때는 음정과 리듬이 불안해요. 긴장한 초심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노련한 재즈가수의 모습이 아니라 20대 초반인 극중 캐릭터에 맞춘 설정이에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동 신도림디큐브아트센터. 피아노 반주에 맞춰 뮤지컬 배우가 노래 시범을 보이고 나자 10여명의 관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긴장한 느낌이 묻어나는 ‘난 정말 예뻐’, 당당한 자신감이 담기 ‘난 정말 예뻐’ 등 관객들은 상황에 맞춰 직접 노래를 따라 불렀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클래스의 모습이다. 30여분 동안 수업과 배우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된 이 클래스는 1만원짜리 티켓이 따로 판매되는 상품으로 수업에 이어 공연까지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주로 찾는다. 이날 수업을 맡은 김은주 음악조감독은 “뮤지컬 발성이란 캐릭터가 극적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발성과 음악적 테크닉을 사용해 노래하는 것”이라며 짧지만 알찬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공연계에서 관객들에게 공연뿐 아니라 ‘체험’을 판매하는 마케팅이 늘고 있다. 뮤지컬 발성과 같은 수업부터 백스테이지 투어 등 단순히 공연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더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관객과의 소통 접점을 늘리면서 공연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작품 속에 더 녹아 드는 효과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발성 클래스에 앞서 8월에는 백스테이지 투어와 탭댄스 클래스를 열었다. 이는 작품의 내용과도 무관하지 않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브로드웨이에 발을 디딘 주인공 페기소여가 뮤지컬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뮤지컬 속에 뮤지컬이 등장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작품 속에서는 탭 댄스 군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제작사인 CJ E&M 관계자는 “뮤지컬에서 발성과 탭 댄스를 배우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관객이 직접 배워보는 체험이 공연과 잘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또 뮤지컬 배우와 스태프, 무대 뒤에 감춰진 백스테이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백스테이지투어 패키지’도 상품으로 만들었다.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들이 체험하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가게 하려는 의도다.
뮤지컬 ‘서편제’는 배우와 고수(북 치는 사람)로부터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의 장단과 노래를 직접 배워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7일에 이어 다음달 4일 공연 시작 전에 20분 가량 진행된다. ‘사랑가’는 뮤지컬에서 예술가라는 꿈을 향해 각자의 길을 걷는 주인공 송화와 동호의 추억이 담긴 노래로 주요 역할을 한다. CJ E&M 측은 “경험까지 판매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더 좋다”며 “공연 외의 시간까지 관객에게 상품 혹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이색 체험 코너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장르 진입 장벽 낮추고 관객과 소통
대중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클래식과 무용에서는 장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객석에 앉아서 듣고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몸을 움직여보며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롯데콘서트홀은 클래식 공연장을 낯설게 느끼는 관객들이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 낮 시간에 콘서트홀을 무료로 개방하는 ‘콘서트홀 프리뷰’를 운영한다. 보통 공연에서는 관람 제한이 있는 미취학 아동도 얼마든지 입장 가능하다. 사진과 영상 촬영도 허용된다. 콘서트홀에 대한 설명과 공연관람예절 설명으로 이뤄지는 40분 동안 미래의 관객들은 공연장에 친근감을 얻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콘서트홀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이프 오르간에 대해 배워보는 ‘오르간 오딧세이’ 프로그램도 인기다. 오르가니스트 류아라, 트럼페티스트 나웅준이 직접 악기를 설명한다. 작은 카메라를 들고 오르간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보여주는가 하면 관악기이면서 건반악기이기도 한 파이프 오르간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트럼펫을 불어보는 시범도 선보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점점 입소문이 나며 방학 기간에는 한 회에 1,000여명이 방문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무용학교’는 ‘재미있는 현대무용’을 내세웠다. 일반인들이 현대무용에 친근해지도록, 참여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춤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매년 봄, 가을에 전문 무용수가 주도하는 8주간의 수업과 쇼케이스로 이뤄진다. 한 클래스에 20만원으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모집 시작 1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는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관객들에게 주려고 한다”며 “관객들을 더 많이 공연장으로 오게 하는 소통의 방법이자 공공기관으로 대중들에게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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