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나 영유아와 함께 온 손님을 받지 않는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매장이 대중화하면서 이런 매장의 이름과 주소만 따로 정리한 ‘노키즈존 리스트’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기주의적 행태”라는 반대 의견과 “당연한 권리”라는 찬성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5일 트위터 등 SNS에서는 한 블로거가 최근 제주도에 있는 노키즈존 음식점을 정리한 게시물이 관심을 끌었다.
이 블로거는 제주도에 있는 노키즈존 식당, 술집, 카페 45곳의 이름과 주소 리스트를 공개하며 “아이가 있는 분들께선 (노키즈존 매장을) 미리 확인하셔서 현장에서 당황스럽지 않았으면 좋겠고, 조용한 식사를 원하시는 분들도 (매장을) 확인하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썼다. 블로거는 리스트에 오른 가게들에 노키즈존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거쳤다고 한다.
리스트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한 육아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날 “세상이 왜 자꾸 야박해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리스트가 도는 것도) 일부 개념 없는 부모들 때문이겠지만, 젊은이들은 점점 애 낳기 싫어질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은 “아이는 없지만, 노키즈존이라는 게 참 씁쓸하다”며 “배려심은 점점 사라지고, 자기 이익과 권리만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반면 한 트위터 이용자는 24일 “노키즈존 리스트를 공유하는 건 모든 이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아이 보호자는 미리 헛걸음 안 할 수 있으니 좋고, 업소는 애 데리고 온 손님에게 여기 노키즈존이니 나가주세요, 라고 말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는 글을 남겼다.
비슷한 논리로 노키즈존 리스트를 환영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6살 아들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트위터 이용자는 같은 날 “아이와 거기(노키즈존)까지 갔다가 문 앞에서 돌아서는 일 절대 겪고 싶지 않다”며 “노키즈존 리스트가 있으면 (아이 동반 부모를 원하지 않는 손님들과) 서로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리스트에 있는 매장들이 본의 아니게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키즈존 리스트가 여론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치면서 이들 매장을 상대로 불매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 한 여론조사 전문업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녀 513명 가운데 54.7%는 “노키즈존 확대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키즈존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36.2%로 찬성과 약 20%p 차이가 났다.
직업별로는 사무직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높았고(63.5%),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64.4%)가 진보(41.8%)층보다 약 23%p 더 높았다. 진보층에서는 노키즈존 반대 여론(49.7%)이 찬성 여론(41.8%)을 오차 범위(±4.3%p) 안에서 앞지르기도 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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