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불거진 뒤 판매 허가 ‘0’
흥행 신작 ‘배틀그라운드’
짝퉁 20개 판쳐도 중국 정부 묵인
웹툰 산업도 중국 불법복제 피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이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수입금지 등 무차별 보복에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쪽으론 여전히 한국제품 베끼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이중적 행태에 대한 국내 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28일 국내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올해 3월부터는 한국게임의 중국 판매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중국 게임업체들은 사실상 정부의 묵인 하에 최신 한국게임을 무단 표절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 피해가 지난 3월 국내 게임사 블루홀이 내놓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이다. 아직 정식출시 전 유료 시험버전이지만, 동시 접속자 수 134만명의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세계적 흥행게임이다. 공개 서비스 4개월만에 1억달러(약 1,147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에선 벌써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짝퉁 게임이 20여 개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이 고립된 섬에서 각자 무기로 전투를 벌여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게 핵심이다. 최근 시범 공개를 마친 중국업체의 게임 ‘정글법칙: 절지대도살’과 ‘배틀로얄: 적자생존’을 보면 비행기가 등장해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도입부, 게임 캐릭터가 점점 좁아지는 안전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싸워야 하는 점 등 구체적인 진행 방식까지 배틀그라운드를 베꼈다. 그래픽, 이동 시점 등도 배틀그라운드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많다.
블루홀은 별 대응책이 없어 냉가슴만 앓고 있다. 블루홀 관계자는 “중국의 게임도용에 대해 알고 있고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중국이 워낙 큰 시장이어서 자칫 별도 망을 통해 유입되는 중국 이용자까지 잃을까 걱정도 돼 적극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중국 게임업체의 불법도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반에는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하다 나중에 슬그머니 유사 게임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중국 배급사 샨다는 한국업체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를 중국 시장에 배급해 높은 수익을 챙기다 그대로 베낀 게임 ‘전기 세계’로 원작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또 올해는 넥슨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괴물과 게임 지도, 캐릭터 스킬 효과까지 베낀 중국 게임사의 ‘로스트테일’이 표절도 모자라 국내 시장에 역으로 진출하려 했다. 중국 서비스까지는 참아왔던 넥슨이 한국 출시 때에는 법적 대응하겠다고 발끈하자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자국 게임업체들의 이 같은 불법적 행태는 계속 묵인하면서, 한국게임의 합법적 진출은 철저히 막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게임 개발사 그라비티는 무려 10개월을 기다린 끝에 올해 1월 중국 정부로부터 모바일 게임 ‘라그나로크 모바일’의 허가(판호)를 받았는데, 올해 들어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게임은 6건이 전부다. 특히 사드문제가 본격화한 3월 이후는 단 한 건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등 다른 국내 업체들처럼 게임 콘텐츠도 사드 제재를 받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불법 복제로 국내 웹툰 산업도 멍들고 있다. 원작의 그림 위에 말풍선 대사만 중국어로 바꿔치기하고 있다. 네이버는 저작권해외진흥협회를 통해 해외 불법 저작물 단속을 지속 요청해 왔는데 올 8월 네이버 웹툰을 허가 없이 퍼 나른 중국 불법 사이트에 대한 단속 요청만 15건에 달한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등 규모가 큰 업체는 해외 저작권 보호 전문 대행사를 선정하기도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투믹스 관계자는 “내부에 불법 공유를 감시하는 팀이 있긴 하지만 국내 서버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하다”며 “막을 수도 없는 데다 중국 시장 규모가 워낙 커 피해가 엄청나다”고 하소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 지역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고장 발송 등 대응 건수는 2015년 1만4,558건에서 지난해 6만4,355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이 6만여건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게임기술은 이미 우리를 따라왔고, 개발인력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한국 게임을 일주일이면 그대로 만들 수 있다”며 “몇 년을 들여 기획한 아이디어를 일주일 만에 빼앗기는 것인 데 정작 정치적 문제로 합법적 진출은 가로막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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