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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민항기 조종사들이 다시 입대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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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민항기 조종사들이 다시 입대하는 이유는?

입력
2017.09.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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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여파 전투기조종사 대거 숙청

에르도안 일방 명령에 300명 재복무

8월 말 터키 수도 앙카라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묘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행사 도중 군인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말 터키 수도 앙카라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묘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행사 도중 군인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입대라니 무척 당황스럽네요.”

터키 최대 민간 항공사 터키에어라인의 기장 A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터키 중산층이다. 번듯한 직장에 이스탄불에 집도 마련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중년의 가장은 곧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떠나 군대에 가야 한다. 서방 언론으로부터 ‘21세기 술탄’이라 비판 받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철권 통치’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실패로 막을 내린 터키 군부 쿠데타의 불똥이 민항기 조종사들에게 튀었다. 당시 쿠데타 주역인 군인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공군 병력이 부족해지자 A씨 같은 민간 조종사들이 재입대 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 에르도안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발동해 이들에게 즉시 군대 복무를 명령했다. 국가의 부름을 거부할 경우 “운항 자격증을 취소하겠다”는 협박도 뒤따랐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앞서 15일 단행한 긴급조치로 민항기 조종사 200~300명은 다시 군복무를 해야 한다. 지난해 쿠데타 당시 공군 역시 F-4ㆍF-16 전투기들을 동원해 군대 내 반(反) 에르도안 세력을 측면 지원한 탓에 숙청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1년 넘게 계속된 강도 높은 조사로 지금까지 체포되거나 해임된 전투기 조종사는 전체의 절반인 600명에 달한다.

대규모 숙청 여파는 공군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다급해진 터키 정부는 동맹인 미국에 F-16 비행 교관 파견을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미 공군은 이미 주력 전투기 기종을 최신예 F-35로 변환 중이라 파견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터키 군 당국은 고심 끝에 민간 조종사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원래 13~15년인 공군 조종사 의무 복무기간을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18년으로 대폭 늘려 버린 것이다. 명령대로 라면 2012년 이후 제대한 민항기 조종사들은 꼼짝없이 군대에 끌려가 3~5년 더 전투기를 몰아야 한다. 거부했다간 조종사 자격증이 취소돼 아예 밥줄이 끊길 지도 모른다. 재입대 대상 대부분은 터키에어라인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지에 전투기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민간 조종사들의 심정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다. 300명을 충원해 봤자 전투 인력 정원에는 턱 없이 못 미치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다. 근무 여건도 민항기를 운행할 때와 비교해 열악하기 그지없다. 한 조종사는 “쿠르드족 분리ㆍ독립 운동을 감시하기 위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시리아 접경 지역에 자주 출격해야 하지만 급여는 바닥 수준”이라며 “정부가 강경 입장으로 일관해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토로했다.

박혜인 인턴기자(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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