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출신에 부동산 다수 보유
이혼하고 동거녀와 평범하게 지내
도박 즐겼으나 범행 추정 단서 없어
아버지는 사이코패스 성향 은행강도
사망 59명, 부상 527명… 최악 참사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범 스티븐 패덕(64ㆍ사망)은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진 회계사 출신 은퇴자로 알려졌다. 충분히 여유로운 삶이 가능한 부유한 노년이 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동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패덕은 라스베이거스에서 80마일 떨어진 한적한 농촌 모스키트의 은퇴자 거주지에서 지냈으며, 범행 당시 동행한 아시아계 여성 마리루 댄리(62)와 동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결과 댄리는 범행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덕은 범행 전까지 이혼 외에는 딱히 인생에 굴곡을 겪을 만한 일이 없었다. 그는 결혼 6년 만인 27년 전 부인과 이혼했고, 자녀는 없었다. 교통법규 위반을 빼고 범죄경력도 전무했다. 다만 수십억원을 보유한 자산가답게 크루즈 여행과 도박을 즐겼다고 주변인들은 증언했다. 친형제 브루스는 “패덕은 수백만달러 재산을 가진 부동산 투자자”라고 NBC방송에 말했다. 실제 패덕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 등에 최소 임대용 부동산 3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텍사스 메스키트에서 침실 3개를 갖춘 신축 주택을 약 4억원에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조종사 면허증과 자가용비행기 2대도 갖고 있어 재정상태는 확실히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이웃 주민은 워싱턴포스트 “패덕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지만 그의 형제가 전문 도박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NBC는 패덕이 최근 수만달러어치 도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정 종교 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색을 드러내며 폭력적 성향을 내비친 적도 없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패덕이 이슬람교로 개종했다며 자신들이 배후라고 주장했으나 미 수사당국은 “증거가 없다”면서 이른바 ‘외로운 늑대’ 범행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패덕의 다른 형제 에릭은 “형은 군복무를 하지도 않았고, 총기에 열광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어머니가 충격에 빠졌다”며 범행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패덕 주변에서도 범행 이유를 추정할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직후 경찰이 범인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총기와 탄약을 확보한 것이 전부다.
다만 일각에서는 패덕에게 범행 징후를 엿볼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몇 년 전 숨진 그의 부친 벤저민 홉킨스 패덕은 1969년 6월부터 77년 5월 사이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지명수배를 받은 은행 강도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벤저민은 은행 강도, 자동차 절도, 신용사기 등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가명으로 수배자 리스트에도 올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수배자 리스트는 벤저민을 “사이코패스 성향에 자살 가능성이 있고 총기로 무장한 매우 위험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패덕은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베이 호텔에 투숙한 뒤 1일 밤 호텔 앞 컨트리 음악콘서트장에 모인 관람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최소 59명이 숨지고 527명이 부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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