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악 그 자체” 범행 비난
백악관 등 공공기관 조기 게양
광장 등 곳곳서 묵념ㆍ추모 행사
총영사관 “여행객 일부 연락 안돼”
1일(현지시간) 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총기 참사로 미국 전역이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관공서에는 일제히 조기가 내걸렸고, 시민들은 저녁이 되자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일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은 ‘악 그 자체(pure evil)’ 행위”라고 비판한 뒤 숨진 이들과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 미국인은 슬픔과 충격 속에 모였지만 비극과 공포의 날에 미국은 언제나처럼 하나가 된다”면서 국민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백악관 뜰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 백악관 직원들과 함께 묵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총격 사망자들을 기리기 위해 이날 성조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미 연방의회 의원들도 전체회의에 앞서 일제히 묵념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증권시장도 오전 9시20분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6월 플로리다주 올랜드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49명 사망) 사건의 충격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재앙이 닥치면서 미국민들은 상실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총기 난사 사건 피해는 사망자 59명, 부상자 52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아내) 미셸과 나는 라스베이거스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또 다른 비극을 견뎌내고 있을 (희생자) 가족 모두를 생각한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남겼다.
텍사스주 내슈빌시 이날 오후 6시 어센드 원형극장에 모여 추모식을 했고, 같은 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매리언광장에서 촛불 묵념을 거행했다. 미주리주에서도 교회를 중심으로 추모 기도회가 열렸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엘턴대에서는 오후 교내에서 총격 참사를 추모하는 기도회가 개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종차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프로풋볼(NFL)도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는 이날 밤 경기에 앞서 침묵의 시간을 갖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네바다주는 사건 현장인 클라크카운티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아울러 공공 건강재난사태도 선포해 다른 주 면허를 가진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AP통신은 “현재 부상자들은 네바다주 5개 지역으로 분산ㆍ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관계 기관이 사망자들을 수습하는 데 12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한편 현지에 체류 중인 한인 여행객 10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관할하는 로스앤젤레스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이날 “밤새 100명 넘는 한국인 여행객의 신변 안전을 확인했으나 현재 10명이 연락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안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건 발생 이후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에 묵고 있는 한인 관광객들이 경찰 통제로 대피하거나 인근 호텔 객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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