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난사해 최소 50여명을 살해하고 500명 이상에게 부상을 입힌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격범 스티븐 패덕이 범죄를 철저히 준비했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위치한 호텔 방으로 경찰이 접근해 오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스베이거스 시경찰청의 조지프 롬바도 보안관은 3일 오후(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패덕의 공격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공격이다. 공격에 앞서 모든 면을 철저히 고려한 점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패덕이 범행을 저지른 만달레이베이호텔 32층 복도에 있는 음식 운반용 카트에서 패덕이 설치한 카메라 중 하나를 발견했다. 이 카메라는 패덕이 자신의 방에 설치한 태블릿PC와 연결돼 있었으며 경찰이 방으로 접근해 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패덕은 이외에도 더 많은 카메라를 설치해 보안요원이 방으로 접근해 오는지 확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패덕의 방으로 들이닥쳤을 때는 그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였다.
패덕이 공격을 철저히 준비했다는 증거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패덕은 스위트룸 1개와 인접한 호텔방 1개 하나씩을 빌려 각각 총기 거치를 위한 삼각대를 설치한 후 앞 유리를 깨트렸다. 만달레이베이호텔의 유리창은 완전히 잠겨 있고 깨기도 쉽지 않은 강화유리였지만, 패덕은 이를 위해 망치를 따로 준비했다고 익명의 수사 관련자 2명이 밝혔다.
패덕은 호텔에 묵으면서 총기류 23정을 들여 왔지만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롬바도 보안관은 패덕이 원거리 사격을 위한 조준경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총기 판매와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자동소총의 판매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에 패덕이 보유한 총들도 자동연사 기능은 없앤 소총이었다. 그러나 패덕은 역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범프스톡’이라 불리는 기구를 장착해 거의 자동소총에 가까운 수준으로 연속 발사가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후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ㆍ민주당) 등이 범프스톡을 포함한 개조소총 금지법안을 제출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패덕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5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상자가 500명을 넘으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롬바도 보안관은 경고했다. 선라이즈병원 의료센터는 환자 68명을 치료 중인데 33명이 위중하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대학의료센터 역시 치료 중인 환자 64명 가운데 12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알렸다.
아직까지 패덕의 범행 의도는 오리무중이다. 패덕과 함께 네바다주 메스키트에서 거주한 여성 마릴루 댄리(62)는 수사 초기 요주의 인물(person of interest)로 거론됐으나 범행 당시에는 필리핀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댄리는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곧 귀국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행 전 패덕이 10만달러를 필리핀에 송금한 것을 파악했으나 이 역시 댄리의 해외 정착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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