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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성평등한 추석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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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성평등한 추석연휴 보내고 계신가요?

입력
2017.10.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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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년 내내 달력을 들추며 고대하던 10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도 벌써 5일이 흘렀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추석을 맞아 ‘가족이 함께 하는 성평등한 명절 만들기’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남성 장관들이 직접 나와 가족이 함께 가사노동을 분담하자고 독려하는 내용인데, 각 가정에 ‘홍보효과’가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여가부는 성평등한 명절문화를 만들자며 세 가지 약속 실천을 제안했습니다. 첫째, 추석 먹거리는 온 가족이 같이 만들고 함께 나누기. 둘째, 서로에게 ‘사랑해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등 마음 표현하기. 셋째, 오순도순 둘러앉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행복한 추석명절을 만드는 비법이라고 보기엔 ‘하나 마나 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캠페인을 통해 가사분담을 독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씁쓸합니다.

명절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입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거주자 만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관한 인식을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차례를 지낼 때 남녀의 가사 분담 비중은 여성(77.9%)이 남성(22.1%)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2011년(남성 22%, 여성 78%), 2013년(남성 22.7%, 여성 77.3%)에 실시한 같은 조사와 결과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이 여성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주는 날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8.8%가 ‘그렇다’고 공감했습니다.

명절이 끝나도 성평등은 갈 길이 멉니다. 여성인권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여성들은 여전히 성차별적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 월평균 임금은 186만9,000원으로 남성 임금의 64.1% 수준입니다. 여성 임금근로자 중 41%는 비정규직이며, 여성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시간제 근로자가 50.1%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이 1시간 미만인 나라도 한국(45분)이 유일합니다.

성차별 개선이 주무인 여가부가 있고, 타 부처에서도 여성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도 성평등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달 22일 한국일보와 만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두 가지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여가부에서 가족친화인증을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워킹맘도 여섯 시에 퇴근하기 어렵대요.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라고 얘기를 해도 직속 상사인 과장이나 부장이 ‘퇴근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이죠. 대전의 한 병원 원장은 유능한 간호사 두 명을 잃었다며 한탄하더군요. 간호사 두 분 모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매번 퇴근이 늦어 저녁 7시를 넘겨 찾으러 가면 자녀만 남아 있대요. 고민 하다가 마음이 아파서 경력단절을 택한 거예요. 이런 걸 보면 제도 마련도 필요하고 의식과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여가부는 지난달 출범한 ‘성평등 문화 확산 태스크포스(TF)’에서 여성혐오는 물론 남성혐오까지 들여다보고 사회 전반에 걸친 성평등 문화 확산에 힘쓸 예정입니다. 정 장관은 “한국의 남성들은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의식적 부담이 있는데 성차별이 해소되면 남성도 훨씬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어 이롭다”고 했는데요,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의 댓글에는 여전히 ‘남성에게 이로운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남성들의 동참을 끌어내려면 여가부와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성평등 사회의 이로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보기▶ 정현백 장관 “성평등 TF서 남성혐오도 함께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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