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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코스] 가을의 풍요가 가득한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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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코스] 가을의 풍요가 가득한 김제

입력
2017.10.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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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제에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사진=조두현 기자
지금, 김제에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사진=조두현 기자

가을엔 최선을 다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낙엽에 정신이 팔려 한없이 건다 보면 선선한 바람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앗아간다. 이제 막 거둬들인 곡식과 과일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들판엔 황금 물결이 일렁이고, 산은 알록달록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전라북도 김제는 가을에 더욱 특별하고 풍요롭다. 길 좌우엔 이제 막 뽑아낸 듯한 싱싱한 금빛 벼들이 너울거린다. 한창 물이 오른 벼의 색은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듯 신비롭다. 땅이 만들어낸 경건한 파도의 꿈틀거림을 보고 있노라면,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생명의 알고리즘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길 곳곳엔 코스모스가 듬성듬성 피어 있어 가을의 만연함을 알린다
길 곳곳엔 코스모스가 듬성듬성 피어 있어 가을의 만연함을 알린다

흔히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천혜의 풍족한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드넓은 땅에서 나는 곡식과 서해와 남해의 다양하고 풍성한 어장 그리고 산기슭에서 자라는 각종 채소. 요리의 재료가 신선하고 다채로우면 그만큼 빚어낼 수 있는 맛도 훌륭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라북도의 평야는 신이 우리나라에 준 선물이자 축복이다.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는 남북 길이만 약 80㎞에 달한다. 행정구역만으로 전주·익산·군산·정읍·김제·부안·완주·고창 등을 아우른다. 이 중에서 동진강 유역에 펼쳐진 넓은 평야를 김제평야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저수지, 벽골제

벽골제 저수지 위에 떠 있는 돛단배
벽골제 저수지 위에 떠 있는 돛단배

김제 하면 벽골제다.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저수지 중 하나다. 가장 오래됐고 가장 넓다. 문헌상 백제 비류왕 시절인 330년에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1700년 가까이 된 관개 시설 치고 꽤 높은 수준의 토목 공학이 엿보인다. 사료에 따르면 1420년 심한 폭우로 부분 유실된 후 점점 기능을 상실해 지금은 유적으로만 남았다. 벽골은 ‘벼고을’이란 뜻이다.

해마다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벽골제
해마다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벽골제

이곳에선 매년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달에 열렸다. 지평선 축제는 김제 쌀을 홍보하기 위해 1999년부터 마련된 축제로 해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우리의 농경문화와 함께 전통문화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한국 대표 축제로 선정됐다. 지금은 축제가 끝났지만 농경문화박물관, 아리랑문학관, 벽천미술관 등의 복합 문화 공간이 조성돼 있다. 한옥과 한복도 체험할 수 있다. 저수지 인근을 비롯해 군데군데 산책로도 있어 요즘 같은 날 걷기에 좋다.

낚시터로도 인기 만점, 능제 저수지

벼의 고을답게 유서 깊은 저수지가 많다. 능제 저수지는 <동국여지승람>에 ‘현(縣)의 동쪽 2리에 있는 면적만 1만8,100척(尺)’에 이른다고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은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관찬 지리지로 각 도의 지리와 풍속 등이 적혀 있다. 1930년 동진수리조합(현 동진농지개량조합)이 섬진강의 물을 퍼 올려 담수호로 다시 축조했다.

연꽃과 물고기가 가득한 능제 저수지
연꽃과 물고기가 가득한 능제 저수지

능제 저수지는 지금도 실제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로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주위에 산책로가 나 있어 고요한 분위기를 즐기며 거닐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이곳의 굽이는 99곳이나 돼 물가의 곡선이 다채롭다. 큼직한 물고기가 많이 잡혀 낚시터로도 인기다.

지평선과 수평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망해사

망해사는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낙조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망해사는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낙조를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전북문화재자료 제128호로 만경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절벽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바다 건너 멀리 고군산열도가 보인다. 절 이름은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수행한다고 해 망해사라고 이름 붙여졌다. 백제 시대 의자왕 시절인 642년에 처음 지어졌는데, 이후 당나라 승려가 낡은 건물을 헐고 재건했으나, 절터가 무너지면서 일부가 바다에 잠겼다.

해넘이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망해사
해넘이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망해사

시간대를 맞춘다면 환상적인 해넘이도 감상할 수 있다. 절이 풍기는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즐기는 낙조는 마음을 정화한다. 절 위 언덕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동쪽엔 황금 물결의 지평선, 서쪽에선 섬 사이로 드러나는 수평선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망해사에서 벗어났다면 새만금 방조제로 향해보시라. 약 33㎞ 길이의 코스모스 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김제=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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