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연애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직장인 이모(34)씨는 지난달 중순 지인이 권유한 소개팅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평일엔 밤낮 경계 없는 업무에 빠져 살고, 주말엔 사회인야구 등 취미생활로 바빴던 그가 평소라면 거절했을 소개팅에 나선 건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 “만나는 이성은 있느냐”거나 “(결혼을 위한) 노력이라도 하라”는 집안 어른들 잔소리 방어를 위해 소개팅에 나섰다는 이씨의 이날 만남은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5일 “세 살 아래인 상대 여성도 명절 때면 반복되는 부모님의 ‘결혼 독촉’에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고자 나왔다가 공감대가 커 대화가 술술 풀렸다”며 활짝 웃었다.
혼인 적령기 미혼남녀들의 ‘추석 소개팅’에 대한 예찬이 줄을 잇고 잇다. 최대 10일 휴일이 보장되는 추석 연휴 만남에서 평소라면 없었을 ‘의외의 효과’들을 몸소 느껴가며 솔로탈출에 크게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것. 최근 지인 소개로 만난 남성과 서로 고향에 가지 않고 충분한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직장인 문모(32)씨는 여유 있는 만남의 시간, 부모님 잔소리 방어, 명확한 귀향포기 명분 등을 이유로 들며 “1석 3조 소개팅”이라고 강조했다.
결혼정보업체가 내놓은 수치는 이들이 느낄 ‘명절 스트레스’를 가늠케 한다. 듀오 관계자는 “매년 가입자 수가 크게 뛰는 달은 어버이날이 낀 5월과 성탄절이 있는 12월, 그리고 매년 명절 다음달”이라며 ‘추석 소개팅’은 “가족의 결혼성화를 피하고 싶은 미혼자들의 심리가 충분히 반영된 현상”이라고 짚었다. 듀오에 따르면 지난해 매월 7%대에 머물던 가입자 비율은 설 다음달인 3월 8.7%로 뛰었고, 추석 전후인 9월과 10월에도 각각 8,4%와 8,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아무리 연애가 다급해도 마음에 없는 사람과 연애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듀오 관계자는 “연애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주위 사람들이 연애를 많이 할수록 연애에 조급함을 느끼기 마련”이라면서도 “무작정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섣불리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자신과 맞는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권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