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속 몰카’ 문제는 영국서도 골칫거리다. 최근 한 여성이 무혐의로 종결 난 피해사실을 공유, 대중의 공분을 사면서 영국 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6일 온라인 청원 사이트 ‘더케어투페티션’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지나 마틴(25)이 자신의 치마 속 몰카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올린 청원에 지금까지 6만5,000명 이상이 지지 서명을 했다.
지나 마틴은 지난 7월 동생과 함께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봉변을 당했다. 옆에 있던 한 남성이 자신의 치마 속을 촬영하고는 그 사진을 보며 웃고 떠들고 있었던 것. 크게 당황했지만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판단해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 후 겪은 일은 더 황당했다. 며칠 뒤 연락이 온 경찰은 “불쾌해 할 만한 ‘생생한’ 장면이 안 담겨 있어서 남성을 처벌하기 어렵다”며 사건 종결을 통보했다. 속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찍힌 사진은 수치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수준이 아니며, 그로 인해 가해자도 처벌할 수 없다는 궤변이었다. 이런 상황에 납득할 수 없었던 그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경험을 올리고 자신의 사건을 다시 수사해달라는 청원 운동을 벌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해당 이야기는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리차드 버건 영국 노동당 의원도 “나도 청원 운동에 서명을 했다”며 힘을 보탰다. BBC는 독자들의 비슷한 피해 사례를 제보 받아 기획으로 다루기도 했다. 한 여성은 BBC에서 “아침 등굣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몰카를 당했는데, 가해자가 자기가 찍은 사진을 당당히 보여주고는 도망을 갔다”며 “이후 나는 같은 길로 다닐 수 없게 됐는데, 피해자만 속앓이를 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논의는 자연스레 치마 속 몰카에 대한 명확한 처벌법을 마련, 몰카범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흘렀다. 지나 마틴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2009년 성범죄법에 있는 관음증 조항으로 치마 속 몰카를 처벌한 사례가 있었다”며 “하지만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고는 이를 명시한 조항이 따로 없어 별도의 처벌 조항을 만들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영국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5일 데이비드 리딩턴 법무부 장관은 “여성의 치마를 들춰 몰카를 찍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성범죄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마 속 몰카범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에 따라 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카메라 등으로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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