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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50년,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류 덕분에 노크만 해도 진입... 기업들 “낙수효과 기대 이상”

입력
2017.10.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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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한류상품박람회’

제품 매진 등 행사 중 15건 계약

성장 여지 높은 말레이ㆍ태국서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세

“한류, 동남아 문화 현지화 부족

감동까지 선사하는 日 배워야”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한류상품 박람회에서 현지 한 파워블로거가 한국 기업들의 상품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한류상품 박람회에서 현지 한 파워블로거가 한국 기업들의 상품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진출 시기와 규모에 있어 일본과 중국에 크게 뒤처지는 한국이지만 이 지역에 안착한 한류(韓流)는 한국이 그들과의 경쟁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마음’을 얻는 데 유력한 도구로 거론된다. 한류 확산으로 타분야 기업들도 혜택을 누리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측정도 쉽지 않을뿐더러 효과가 썩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요란할 뿐 정작 돈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5일 찾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쉐라톤 호텔의 ‘한류상품박람회’ 행사장. 한류 스타들이 각 상품과 찍은 사진들이 즐비한 이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 등장한 상품을 중심으로 화장품, 라면, 음료, 잡화를 전시한 곳.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코트라)가 주최한 행사로 105개의 부스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마케팅과 수출상담이 진행됐다.

목ㆍ손 마사지 기기 부스를 지키던 교민 김용표(31)씨는 “TV를 얼마나 봤는지 한국 옷을 챙겨 입어도 여기 사람들은 단박에 알아보고, 한국어로 인사할 정도”라며 “한국에서 만들었든, 사장이 한국인이든 한국과 연관되면 시쳇말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가져온 제품이 박람회 첫날 매진되는 바람에 제품 안내서만 돌렸다. 인근 한 성형외과 부스에서 만난 노피카 카르티카 사리(46)씨는 “무슨 제품이든 ‘K’자만 들어가도 한 번 더 눈이 간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이어진 행사 중 체결된 계약 건수는 모두 15건. 코트라 관계자는 “최종 계약까지는 최소 2,3회의 미팅이 진행되고 짧은 행사의 경우 후속으로 계약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비율”이라며 “한류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 시작 전날 오후에는 슈퍼주니어 동해, 은혁 등이 참여한 한류 공연이 열렸다. 티켓값은 250만루피아(약 21만3,000원)로 웬만한 직장 초봉(300만루피아) 수준이었지만 매진이 됐을 정도로 문화 구매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과 코트라에 따르면 한류는 현재 동남아 국가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수용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인기도면에서 인도네시아와 태국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미얀마 등이 '대중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말레이시아도 '확산' 단계에 있다. 또 성장도 면에서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은 고성장 단계에,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는 향후 성장 여지가 있는 '중간성장' 단계에 있다.

실제 한류 고성장 국가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의 15~69세 성인 중 한국 문화 콘텐츠 이용 경험자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실시된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글로벌 한류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중문화, 상품에 대한 관심이 1년 전보다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48.8%, 39.8%, 39%로 나타났다. 향후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비율도 53%, 39.8%, 42%로 조사됐다. 동아시아ㆍ아세안 경제연구소(ERIA) 폰치아노 인탈 박사는 “K팝, K드라마 덕분에 한국 기업들은 아세안에서 큰 힘 들이지 않고 이 곳 사람들 집에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식품, 화장품, 의류 등 한류 수혜품목의 아세안 수출 규모는 10억7,000만달러로 2013~2015년 연평균 11% 성장을 기록했다. 콘텐츠 판매와 같은 직접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한류 효과는 더욱 확대된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류상품박람회에서 현지인들이 한국산 라면 시식코너에서 매운 라면 맛을 보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류상품박람회에서 현지인들이 한국산 라면 시식코너에서 매운 라면 맛을 보고 있다.

관건은 자리를 잡은 한류가 이곳에서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한류 전파 재고에 입을 모은다. 엔터테인먼트 사업가인 교민 한성태(46)씨는 “한류가 감각적으로 잘 포장돼 동남아인들이 즐기지만 감동까지 선사하는 데에는 일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2013년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아세안 방문 때 아세안 외교 5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그 네번째로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 유산과 전통 보호’를 내세워 호응을 받았다. 일본 상품과 함께 문화를 수출하되 현지화 등의 방법으로 로컬 문화와 호흡한다는 것이다.

일방적 한류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은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에서도 감지된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응우옌 밍(25)씨는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는 베트남이지만 동일본 대지진 때 보여준 질서정연한 모습에 많은 베트남인이 생각을 고쳐 먹었다”며 “일본 문화는 ‘푸시(push)’가 아니라 그냥 자기 것들을 보여주기만 함으로써 더 큰 호감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범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대리는 “무역 역조는 다시 균형을 잡아도 문화는 그렇지 않다”며 “아세안문화원 개원에 이어 다양한 문화교류 사업으로 ‘한-아세안 특별영화제’ 개최 등 상호 이해의 접점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카르타ㆍ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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