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국회 답변과 맞물려
김관진 지시로 불법 변경한 듯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것은 사고 수습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특히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월호 참사 직후 국회에 출석해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다”라고 거짓 보고하고, 이에 맞춰 관련 규정을 사후 조작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국정농단 사례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2014년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의 지시로 안보 분야는 청와대 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가 관장하는 것으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했다. 임 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는 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었다”고 말했다.
기본지침 변경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따르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대통령 훈령 등의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 법제처장이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 재가를 받는 절차, 다시 법제처장이 훈령 안에 관련 번호 부여하는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임 실장은 “일련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는 수정된 지침을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 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기본지침 불법 변경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직적인 대응의 하나로 보인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과 7월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등에 출석해 “청와대는 재난 콘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보고했다. 당시 정부 부처에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김 실장은 “법상으로 보면 재난 종류에 따라 지휘ㆍ통제하는 곳이 다르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같은 조직적인 조작 정황은 현 정부가 국정과제인 통합적 국가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 보관돼 있던 해당 문건을 발견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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