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여중생 살해’ 사건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본보 12일자 12면), 경찰이 실종 신고 접수 21시간 뒤에야 김모(14)양과 이영학(35) 딸의 만남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9시간 전쯤 김양은 이미 숨졌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김양 어머니 신고 내용은 “딸이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 안 들어오고 휴대폰도 꺼져있다”이다. 김양 어머니도 딸이 이양과 만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양 어머니에게 “우선 딸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수소문 해보라”고 했다.
이에 김양 어머니는 딸과 같은 반 학생들을 시작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행적이 묘연하자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이양에게까지 연락하게 됐다. 이양과 통화는 당초 알려진 오후 11시쯤이 아니라 실종 신고 약 40분 뒤인 1일 0시쯤 이뤄졌다. 이양은 “30일 오후 2시30분쯤에 시장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헤어졌다”고 했다. 내용은 둘러댔지만 둘이 만난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이 소식이 경찰에게 전해진 건 실종 신고 접수 21시간 남짓 뒤인 1일 오후 9시쯤. 실종수사팀이 김양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김양은 이날 오전 11시53분~오후 1시40분 사이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경찰은 김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찾아보는 등 주변 탐문을 시도하고 있었다. 경찰은 2일에도 실종 수사를 이어가는데, 이양 집 주소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수소문 끝에 2일 오전 11시쯤 이양 집을 찾았지만 문은 잠겨 있고 집에 아무도 없어 들어가보지 못했다. 이미 이영학 부녀가 김양 시신을 싣고 강원도로 떠나고 17시간이 지난 때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9시쯤 이양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발견, 김양 아버지 지인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양 집을 들여다봤다. 당시 이양 집에는 이씨 형이 있었다. 이씨 형 항의가 있었지만 경찰은 형을 설득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집 안을 훑어봤다. 하지만 경찰은 ‘강력 범죄와 연관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3일 실종수사팀은 형사과가 이영학 부인 자살 사건을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조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영학 집 주변 폐쇄회로(CC)TV와 이영학 주변 조사를 시작해 김양이 이양을 만나 이양 집으로 향한 뒤 나오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4일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그리곤 5일 이영학을 서울 도봉구 은신처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12일 이영학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없고, 소년법상 소년에 대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않는다”며 딸 이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사실상 이영학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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