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지구촌 스포츠 최대의 축제인 동시에 ‘상업주의의 총아’다. FIFA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으로 2조5,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월드컵이 ‘FIFA의 배만 불린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4년에 한 번씩 ‘월드컵의 마법’에 빠져 울고 웃는다. 브라질 월드컵을 단 한 번이라도 시청한 사람은 32억 명이었다.
이 ‘꿈의 무대’에 아무나 초청받는 건 아니다. FIFA에 가입된 209개 국가대표팀 중 32팀만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 13일 현재 23팀이 평균 7대1에 달하는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
아시아에서는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과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4팀 그리고 유럽은 개최국 러시아와 벨기에,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폴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세르비아 10팀이 통과했다.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그리고 북중미의 코스타리카와 멕시코, 파나마 3팀도 러시아로 간다. 남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4팀이 살아남았다. 나머지 9팀은 다음 달 결정된다.
그리스, 스웨덴, 스위스,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덴마크,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8팀이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씩 격돌해 4장의 주인을 가린다. 대진 추첨은 오는 18일이다. 페루(남미)-뉴질랜드(오세아니아), 온두라스(북중미)-호주(아시아)는 운명의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아프리카 예선은 각 조 1위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A조 튀니지와 콩고민주공화국, C조 모로코와 코트디부아르, D조 세네갈과 부르키나파소, 카보베르데가 3장의 티켓을 놓고 다툰다.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많은 팀들이 화제를 모았다. 총인구 33만 명, 국토의 80%가 빙하와 용암으로 덮인 유럽의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 만만찮은 상대를 따돌리고 유럽 예선 조 1위로 당당히 출전권을 거머쥐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한 이집트도 축제 분위기다. 수도 카이로는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국기를 들고 몰려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대표선수들은 각자 150만 이집트 파운드(1억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하마터면 내년 러시아에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0ㆍ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포르투갈)를 한꺼번에 못 볼 뻔했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은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해 FIFA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월드컵에 못 갔다면 흥행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위에 빛나는 네덜란드는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유럽 예선 A조에서 프랑스와 스웨덴에 밀려 조 3위로 처져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했다.
미국도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은 최종전에서 약팀 트리니다드토바고에 1-2로 발목을 잡혔다. 미국은 이날 져도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희망이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4위 파나마와 5위 온두라스가 코스타리카와 멕시코를 각각 2-1, 3-2로 누르는 바람에 1986년 스페인 대회 이후 32년 만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미국이 떨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하나였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미국의 월드컵 진출 실패로 FIFA와 개최국 러시아, 미국 내 주요 스포츠 기업은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인지 미국과 유럽 언론을 중심으로 파나마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넣은 동점골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며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지금까지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 예선 849경기에서 모두 2416골이 터졌다. 평균 2.85골이다.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팀은 호주로 20경기 48득점했다. 경기 당 평균 득점이 가장 높은 팀은 벨기에로 경기 당 4.3골이다. 최다 득점 주인공은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9)로 10경기에서 16골을 터뜨렸다. 최다 출전시간 선수는 시리아 골키퍼 이브라힘 알마(26)로 19경기에서 1,74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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