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정농단 원죄는 MB에”
9년 적폐청산 목표로 국감 주도
한국당 “DJㆍ盧가 적폐” 거론에도
주목도 약해 의원들 힘 빠진 상황
안철수 ‘깜짝 피자’ 격려 방문에
보좌관들 “방 정리 해야…” 투덜
바른정당 분위기는 ‘내 코가 석자’
탈당 가능성에 국감 집중 못해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12일 시작된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을 앞세워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파헤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며 무능심판 프레임으로 맞섰다. 증인 채택 공방부터 여야의 국감 준비, 보수대통합 논란까지 여의도는 밤낮으로 조용할 틈이 없다. 정당팀 기자들에게 뒷얘기를 들어봤다.
달빛 사냥꾼(달빛)=여당은 이번 국감에 적폐청산을 들고 나왔죠. 주로 이명박(MB) 정권을 타깃으로 맞췄는데요.
5년 만에 여당기자(여기자)=민주당에선 ‘박근혜야 최순실 한 명에 놀아났지만 MB의 경우 각종 공권력을 동원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한 전방위 권력형 비리’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MB 정부의 거대한 비리를 덮기 위해 방패막이로 세워진 정권이고 국정농단의 원죄는 MB에게 있다는 논리죠.
달빛=적폐청산에 야당이 정치보복 논리로 맞서면서 프레임 전쟁 측면에서 여당이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요.
야인시대(야인)=정부ㆍ여당이 보수정권 9년 적폐청산을 앞세워 전방위로 휘몰아치는 게 과하다는 일부 여론도 있고, 야당으로서는 억울하기도 하겠죠. 그런데 ‘적폐청산이 아니고 정치보복’이라고 외치는 것 외에 야당이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게 야당 입장에선 답답한 부분이죠.
달빛=하지만 MB 측은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죠.
야인=MB 쪽은 부글부글 끓고 있죠. 그러면서 현재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을 미더워하지 않는 기류도 있어요. MB는 “내가 나설 때가 올 거다”라고 했다는데, 가만히 앉아서 칼 맞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달빛=야당, 특히 한국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에서 무능심판으로 방향을 틀었는데요.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방향을 튼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네이밍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없습니다. 무능심판이라는 단어가 10일 처음으로 한국당 회의에서 나왔는데 예전과 마찬가지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원조적폐’도 그대로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한국당은 11일 김성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정치보복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정치보복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죠.
달빛=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국감 전략은 무엇인가요.
국회 본청 표류기(본청)=국민의당은 ‘모두까기’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여권의 안보ㆍ복지ㆍ공무원 증원 정책 등을 적극 공략하는 동시에 한국당의 정치보복 프레임은 ‘정치 폐단’이라고 비난하겠다는 거죠.
세탁기=바른정당은 정부ㆍ여당에 최대한 협조할 것은 하면서도 현 정부의 실정을 잡아내겠다는 전략입니다. 한국당과 달리 여야 영수회담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한 만큼, 현 정부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기보다는 인사실패, 청와대 외교안보팀의 실정 등을 아프게 집어내는 족집게 국감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다만 적폐청산의 화살이 MB를 향하면서 MB 정권에 몸담았던 일부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달빛=국감인데 여느 때와 달리 여당이 오히려 공세적이고 야당은 특별히 하는 게 없는 모양새라는 말도 나오죠.
여기자=추석 연휴 때 의원회관에 불 켜져 있는 방은 여당 의원 방이고 야당 의원 구역은 아예 출근도 안 한 방이 적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여권 입장에선 공세적으로 전임 정부를 공격하며 국감 판을 이끄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세탁기=전 정권의 탄핵으로 출범한 정권의 첫 국감인 만큼 현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는 과거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해 한국당 의원들의 힘이 많이 빠진 상황입니다.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지금 와서 거론하는 것은 자료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밝힌다고 해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추석 연휴 때 보좌진에게 “국감에 힘 빼지 말고 지역구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달빛=국감 초반이라 증인 채택을 두고도 말이 많은데요.
여의도 구공탄(구공탄)=이번 국감에서는 기업총수 망신주기식 증인 출석에 대한 비판여론이 형성돼 주로 전문경영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국회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기업관계자들이 다들 한숨을 돌렸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여당 탐구생활(탐구생활)=가장 뜨거웠던 정무위 증인 채택과 관련해선 초반에 간사방에서 의원실에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불만이 자자했는데요. 이 와중에 각 기업 홍보팀에서 용케 미리 명단을 알아내 증인으로 채택된 모 기업 부회장은 재빨리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달빛=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대통합 논란으로 국감 준비는 엄두도 못 낸다는 야당 의원실도 있다던데요.
야인=바른정당은 지금 의원들이 집단 탈당 하냐 마냐로 어수선해요. 국감보다 당내 문제가 더 심란하니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죠.
달빛=여야 각 당 대표들도 국감 기간 행보가 다른데요.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외통위 소속이라 국감 길에 의원외교 지평을 넓히고 있고, 원외인 홍준표 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외곽 지원에 나섰죠.
본청=특히 안 대표는 국감 시작 전날인 11일 피자 100판을 의원실에 나눠 돌렸습니다. 여기까진 보좌관들과 당직자들도 좋아했죠. 그런데 안 대표가 직접 의원실을 격려 방문하니, “가뜩이나 일도 바쁜데 갑자기 방 정리도 해야 하고…”라며 투덜거리는 사람들도 생겨났죠. ㅎㅎ
달빛=여당 의원 중에는 공무원들이 아직 정권이 교체된 걸 모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탐구생활=여당은 국감을 준비하며 공무원 장악의 한계를 실감한 듯합니다. 자료제출 요구를 하며 직접 공무원을 상대해야 하는 보좌진들은 보수정부 9년 동안 부처 실무 공무원이 간부급으로 승진했고 전 정부에 협조했던 마인드가 하루아침에 돌아서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처 내 고질적인 적폐들을 일부러 감추고 비호하려는 일부 공무원 조직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자=여당 의원들이나 보좌관들이 아직도 ‘야성’을 버리지 못한 것도 한몫 합니다. 9년 동안 국감장을 휘젓고 다닌 내공을 버리지 못하고 정의감에 불타 아군적군 가리지 않고 날을 세우는 것이죠. 요새도 정부와 공무원 사회를 울컥해서 욕하다가 “아 맞다. 우리 이제 여당 됐지”라고 ‘뒷북’ 자체 검열에 들어가는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적지 않습니다.
달빛=이달 말까지 국감 일정이 아직 2주 이상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본청=세월호 조작 정황 폭로로 한국당의 국감 내 공격력이 다소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공격의 주요 흐름이 “보수정권이 뭘 그렇게 잘못 했냐. 너네 정권 때는 완전무결하냐. 정권 잡았다고 너무 나가는 거 아니냐”인데, 여기서 보수정권이 도덕적으로 잘못한 정황이 나왔으니 공세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아지는 거죠.
여기자=야당의 반격 여부가 주목됩니다. 사실상 국감은 야당의 판인데 이번 국감은 보수정권 9년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목표 하에 여당이 주도하는 청산 국감, 설거지 국감이 돼버렸습니다. 야당이 이에 맞서 얼마나 본인들의 이슈를 주도해 나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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