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에 ‘통합논의’가 가시화하면서 의원들 간에 ‘설전’도 가열되고 있다. 정치 공방을 넘어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지 의원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당 대 당 통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통합 손짓을 보내자, 페이스북에서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 의원은 홍 대표가 특히 “통합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국 보수우파 전체에 대한 배신”이라고 한 대목을 도마에 올렸다. 홍 대표의 행보가 외려 ‘배신’이라는 것이다.
지 의원은 홍 대표를 향해 “친박ㆍ탈박 철면피 정치”라며 “역대급 배신자, 배신의 종결자에 등극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친박세력에 ‘양아치 친박’이라고 비난하다가 대선 때는 용서하자고 했다가 패배 후에는 ‘바퀴벌레’ 운운하며 친박 청산을 외치다가 대표 선출 직후에는 또다시 ‘함께 가는 것이 옳다’라고 이용해 먹고 이제 와서는 ‘간과할 수 없다’고 하니 어찌 올바른 정신으로 지켜봐 줄 수 있는가.”
지 의원은 그러면서 “자기모순으로 보수를 이용하면서 부정하고 보수를 궤멸시키는 것이 홍준표식, 자유한국당식 보수정치라면 나는 정말 싫다”라고 적었다.
이에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표에 그렇게 심한 표현을 옳지 못하다”고 발끈했다. 장 의원이 이어 페북에서 통합파의 뜻을 대변하면서 두 의원의 공방은 가치와 명분 논쟁으로 확대 됐다. 장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에 함께 했지만 지난 대선 직전 김성태ㆍ김학용 의원 등 의원 12명과 함께 홍 대표 지지 선언을 하며 한국당에 복당했다.
장 의원은 “지 의원은 바른정당의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유승민의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통합파 의원들은 유승민의 가치보다 보수통합의 가치가 더 큰 대의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어떤 것이 더 큰 대의인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또 “바른정당이 처한 분당 직전의 위기, 바닥까지 떨어진 당 지지율은 철저하게 바른정당 스스로의 탓이고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 의원이 올해 3월 뒤늦게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 선언을 했던 날도 끄집어 냈다. 장 의원은 “바른정당 당원들 앞에서 ‘유승민’ 이름 석자 외엔 단 한번도 바른정당을 거론하지 않아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러웠다”며 “많은 당원들과 의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았었다”고 적었다.
그러자 지 의원이 또다시 페북에 반박글을 올렸다. 지 의원은 “어떠십니까? 마음이 안녕하십니까?”라고 장 의원에게 물었다. “’구적폐’라고 하던 분들과 다시 만나고, 박 전 대통령의 처지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홍준표대표를 위해, 자신이 창당했던 바른정당을 무너뜨리기 위해 저를 공격하는 마음이 어떠하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 의원은 장 의원을 향해 “그런 게 보수라면 저는 사양하겠다”며 “끝까지 싸워보겠다. 한번 해보자”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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